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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경력, 경험이 없어서 자소서 쓸게 없어요

O:nle 2020. 3. 3. 17:42

“대학 졸업하고 공무원 준비 2년 했어요. 일을 했던 친구들은 경력이 있는 데 전 없어요. 이제 공시생 끝내고 취업하려고 하는데, 자소서에 쓸만한 경력이 없어요. 공무원도 어렵고, 취업도 어렵게 되버렸어요.”

 

사회초년생으로 첫 출사표를 던질 때 필수로 준비하는 게 있습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1:1 상담 프로그램 <시즌 봄>을 마친 청년들이 2번째 <시즌 여름>상담을 시작하며 이 두 가지를 작성하도록 과제를 제시합니다. 위 고민은 보통 과제를 받은 청년들이 주로 하는 고민과 닮아있습니다. “경력이 없어서 쓸게 없어요.” 그럼 경험을 쌓기위해 우린 세상 밖을 나가야 하나요? 때론 그럴 필요도 있으나 이미 우린 많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 경험과 선택의 결과 현재 희망하는 직업이 생긴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동안의 내 경험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성찰의 시작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기억으로 시작합니다. 기억은 사실과 다릅니다. 어떠한 사건을 자기 중심적으로 강조, 생략 등. 재편집해 내 머릿속에 저장해 둡니다. 어떤 기억은 휘발해 버리고, 어떤 기억은 오래동안 머릿속에 남아있죠. 남은 기억들은 나의 정체성에 영향을 줍니다. 그 기억을 더듬어 연대기를 만들어 봅시다. 그런 다음 자신에게 의미있는 사건들을 10가지 뽑아 보고 뽑은 이유를 작성해 봅니다. 10가지가 모두 즐겁고 행복했던 경험만 있진 않을 거에요. 아프고 힘든 경험도 좋습니다. 우리는 한계에 닿았을 때 깨달음과 성장의 선물을 받기도 하니까요.

 

연대기를 두고 대화를 나누다 위 사례자는 대학생시절 pc방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한 달밖에 안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누군가에게 인정과 신뢰를 얻었던 경험이라 기억에 남았답니다. 한 달간 일을 하며 눈에 잘 띄지 않아 청소하지 않던 부분을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밀대로 청소 했다고 합니다. pc방을 당장 운영하는 데 문제 되지 않아 늘 미뤄졌던 창고 정리도 했습니다. 그 누구도 시킨 적 없는 데 말입니다. 본인이 봤을 때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지요. 고용주는 그동안 많은 알바를 써봤지만 너 같은 사람을 본적 없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은 이 청년이 일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좋은 사건이지요. 이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쓰게끔 했습니다.

 

한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1년 이상의 경력자를 뽑는 곳이었기에 서류전형에서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자기소개서를 읽고 이런 자세를 가진 청년이라면 면접을 봐도 좋을 것 같아 연락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병원 원무과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커리어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중이지요.

 

여전히 먼지까지 탈탈 털었지만 "쓸모있는 경력과 경험이 없어요~" 하시는 분 있나요? 그럼 지금 당장 경험을 만들면 되지요. 경력과 경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경력은 돈을 받고 하는 일이고, 경험은 돈을 받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돈을 받지 않고, 당신의 시간과 애정을 투자해보세요. 월급을 받을 만한 능력이 없어도 관련 분야를 체험해볼만한 아르바이트를 해보세요. 아르바이트로 뽑히기도 힘들다면 봉사활동도 좋습니다. 그것도 힘든가요? 경험에는 간접 경험도 있습니다. 관련 서적이나 영상을 봅시다. 나의 애정이 들어날 만큼, 정보를 수집하고 관찰해보세요. 그것들을 보고 읽으며 느낀 점을 잘 정리해봅시다.

 

“부동산 사무일을 좀 했습니다. 경기도 나빠지고, 몸이 아파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쭉~ 아이들 돌보고 살림만 했어요. 종교활동 말고는 사회생활 하는 게 없어요. 경험이 적어서 제가 좋아하는 일이나 분야가 뭔지 모르겠어요."

 

직업을 선택하기 전, 자신이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알아보란 말은 수도 없이 듣게 됩니다. 이 또한 개인이 가진 경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험과 경력이 없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이럴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미 가진 경험에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요.  

 

자신의 가치를 삶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바로 ‘살림’입니다. 분명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자신을 취향을 보여줄 경험이 있기 마련입니다. 위 사례자는 상담을 할때마다 다이어리에 열심히 메모를 했습니다. 그런데 들고 있는 다이어리 커버가 조금 특별해 보였습니다. 직접 만든 것이었지요. 집안 곳곳에서 본인이 수를 놓거나 미싱을 해 직접 만든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집을 꾸미는 걸 좋아하는 데, 인테리어 소품이 비싸 돈 아낄려고 했을 뿐이라며 얘기했습니다. 조금더 질문을 해보니 손으로 만드는 일을 할 때, 몰입합니다. 짧은 시간 내에 결과물을 볼 수 있어 성취감이 높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가르쳐달란 얘기를 종종 듣고 있었습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만 스스로에게 의미있는 일로 여겨지지지 못했습니다. 보다 자신에게 의미있는 일, 좋아하는 일인지 확인하기위한 진화된 경험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가르쳐달라는 지인들을 삼삼오오 모아 재료값만 받고 수업을 해보도록 권유했습니다. 그 수업을 준비하며, 자신이 이 일에 얼마나 열정적인지 알았다고 합니다. 이후 전문 기술을 익히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그 결과 의류 제작하는 학습을 하고 입습니다. 다음 단계로, 이런 능력이 직업으로 전환된 사례를 찾도록 권유했습니다. 현재는 소잉 공방을 찾아가 운영자들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며 자신의 작은 공방을 꿈꿉니다.

 

다시 한 번 자신의 경험을 살펴보세요. 그 안에 당신을 설명할 단서가 무궁무진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깨어있는 의식으로 '오늘'을 경험하세요. 의미 있는 하루가 될 것입니다.


천천히 생각해보기

1. 책추천 : 내 삶의 근거를 찾기 위한 욕망질문/ 아키씨

2. 추천글 : 신입사원 구직준비, 문제는 자격증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