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좋은 회사란 어떤 곳일까요? 본문

내-일의 고민

좋은 회사란 어떤 곳일까요?

O:nle 2020. 3. 4. 15:44
“보기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란 말처럼, 외부에서 인정해주는 곳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요. 스트레스가 덜한 곳으로 연봉 낮춰 이직해봐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돌+I 질량불변의 법칙은 존재해요. 가서 일해보기 전엔 몰라요. 어떤 회사가 좋은 곳일 지... 결국 연봉 보고 옮기게 되네요"

 

이직이나 재취업을 하면서 그 전보단 좋은 회사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요즘은 워라벨, 개인을 존중하는 사문화 등이 중요하지만로 객관적이고 신뢰할만한 정보가 적습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는 특히나 그러합니다. 나에게 좋은 직장이 어떤 곳 일지, 임금 외엔 비교하기 어렵다보니 더이상 기준을 세우지 않습니다. 글래스도어(미국의 직장 및 상사 평가 사이트)는 일과 생활 간 균형, 급여, 기회보장, 사기, 최고경영자이 실적, 사내 문화와 가치 등을 기준으로 최고의 직장을 선정 하고 있습니다. 최근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이 상위권에서 밀려났다고 합니다. 그럼 1위부터 3위까지 기업들은 어떤 점들로 순위에 들 수 있었을 까요? 개방적 기업문화나 개인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는 것, 워라밸을 중시하는 것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런 회사가 있습니다. 1년차에겐 연차를 주지 않습니다. 돈 받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니 야근수당이나 주말근무도 ‘열정페이’로 해야하는 곳 입니다. 출근시간보다 1시간 전, 공육을 실시합니다. 결국 출근시간이 1시간 앞당겨진 셈이지요. 막내는 늘 회사를 마지막으로 나와야 하고, 가장 일찍 출근해 간단히 청소하고 비품을 채워넣습니다. 사내 단합대회는 늘 주말에 합니다. 의상, 헤어 스타일에도 자유는 보장되지 않았고 회의시간엔 상사가 묻기 전에 의견을 낼 순 없습니다. 군대식 문화가 깊이 박힌 회사는 아이러니 하게도 사내 수평적 문화를 만들기위해 호칭을 –님으로 통일합니다. 그러나 그 것 뿐이었습니다. 업무 때문에 필요한 교통비, 미팅에서 사용한 커피값을 개인이 지불하게 합니다. 아주 오래 전, 제 경험인데요. 이런 회사,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인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까요?

 

회사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일까요? 기업은 언제나 수익을 내기위해 움직입니다. 민주적인 사문화가 회사 수익을 내는 데 기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경제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요즘 인재들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입맛을 맞추지 못한다면 기업내 세대교체는 어렵습니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줄어듭니다. 똑똑한 기업들은 이미 변화, 혁신을 이뤘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밥을 근사한 쉐프를 초빙해 레스토랑 못지않게 구내식당에서 먹을 수 있게 합니다. 사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운영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런드리 서비스로 집청소와 빨래를 해주는 회사도 있습니다. 반려동물 산책 서비스도 지원합니다. 취미 생활이나 건강관리를 위해 사내 헬스장, 수영장을 설치합니다. 그 밖에 발레 레슨, 요가수업도 운영합니다. 자녀들의 진로상담도 도와줍니다. 육아, 집안일, 자기계발 등등 회사에서 근무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게끔 합니다. 회사가 워라밸을 지켜주기 위한 시도일까요? 아니면 일(work)만 남은 삶을 만들어준걸까요? 일과 삶을 양팔 저울에 올려두고, 일에 지장을 주는 모든 것들을 제거해 버린 겁니다. 회사 밖을 나갈 필요가 없게 만든거죠.

 

우리는 나와 닮아 있는 공간을 꾸미고, 내 취향이 묻어나는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 곳에서 나와 가족이 먹을 건강한 음식을 만들 수 있고, 빨래 청소를 하며 작은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방 한 켠에 매트를 깔고 명상과 요가를 하거나, 좋아하는 반려식물을 기르고 반려동물과 집주변을 산책할 수도 있지요. 발레 강습을 회사 동료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지역사회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녀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듣고 얘기나눠볼 수도 있지요. 이 모든 것을 일하는 데 방해되는 ‘장애물’로 보게 된 건 과도한 노동의 여파는 아니었을까요? 기업이 제공하는 복지는 ‘일하는 나’외에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우리나라 기업들이 저 수준까지 못미치기에, 일에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하는 복지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기업은 노동자가 건강한 일상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일하는 나’외에도 가정과 지역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그래야만 퇴직, 은퇴를 하고도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은퇴절벽'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고 퇴사 후에도 발전된 모습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가 되도록 합니다. 직원을 단면만 보지않고, 입체적으로 살피고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어쩌면 정년을 약속하는 것보다 더 매력적인 회사라 생각됩니다. 이런 회사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할 겁니다. 수영장이나 헬스장을 따로 둘 필요도 없지요.하지만 글래스도어 상위권에 랭킹한 이런 회사에 우리 모두가 입사하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다니는 회사를 조금씩 변화시켜보는 것에서 시작합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합니다. 절을 떠나야하는 이유, 회사의 문제점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허나 상사에게 미운털 박히며, 자신의 에너지 쏟아가며 절(회사)을 바꿀만큼 애정도 없습니다. 그래서 견디고 견디다 말 없이(거짓 사유로) 퇴사하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그 곳에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또 견뎌가며 일해야할지 모릅니다.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을 경영자에게만 맡기지 말고, 우리가 참여해 봅시다. 당신은 더 좋은 회사를 다닐 자격이 있습니다. 나와 당신의 시도가 보다 나은 일터를 만들고, 그렇게하다보면 대한민국 일터(회사)의 평균이 높아집니다. 시작해 봅시다.

 

팀장님, 팀 회의는 가급적 퇴근할 때 즈음이 아니라, 오전에 하는 건 어떨까요?

회식 일정을 (갑자기 정하지 말고) 사전에 논의하면 어떨까요? 

 

에필로그) 팀장님, 소장님, 지국장님, 등등의 상사 여러분

작은 의견이라도 직원이 낸 의견이 조금씩 반영되면 그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 애정을 갖게 됩니다. 직원들이 의견을 낼 때는 이기적인 생각이 아니라, 보다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용기라 생각해주세요. 이 용기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팀원들은 입사와 동시에 퇴준생을 준비합니다. 건강한 리더십을 보여주세요.

 



천천히 생각해보기
1.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회사의 요건은?
2. 지금 다니는 회사가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도록 개인이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