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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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일.일.일(잘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전망 좋은 일)

O:nle 2020. 3. 9. 16:03
"당장 돈을 벌기 수월한 직업은 요리사 입니다. 그 일을 5년 넘게 했었어요. 지금 하고 싶은 일은 용접원이에요. 하지만 미래 전망을 생각하면... 빅데이터 전문가나 드론 조종사를 준비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뭐가 우선일지 고민입니다."

 
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전망 좋은 일. 이 중 우선순위는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잘하는 일을 해야하고, 누군가는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해야하고 누군가는 전망을 따져봐야 할 시기가 있습니다. 이에 앞서 누구나 동일하게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생계를 책임지는 일입니다.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면 스스로를 먹여살릴 책임이 있습니다. 그 일을 이 세상 그 어떤 일보다 고귀한 일입니다. 그 다음- 우리는 3가지 노선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3가지 일로 취업을 하는데까지 투자해야할 시간이 각기 다릅니다. 위 사례로 보자면 가장 빠르게 취업 가능한 일은 요리사입니다. 요리하는 일은 내담자가 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5년 넘게 일하면서 관련 능력을 키웠고, 그 분야의 인맥도 쌓았습니다. 실제 인맥을 통해 내일이라도 당장 취업이 가능했지요.
 
용접원으로서 직업을 갖는 일은 두 번째로 시간이 적게 듭니다. 용접일은 군대에서 해본 적 있어 낯설지 않았습니다. 용접원의 노동환경이나 급여, 현재 구인하는 곳들을 이미 살폈고 흥미를 가졌습니다. 용접원 자격증을 따려면 3달 가까이 학습하고 실습을 위해 집중해야 합니다. 내담자는 이 기간을 할애할만큼의 동기가 있었습니다. 요리사였을 때 새벽5시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일을 했다고 합니다. 개인 지점을 갖기위한 목표로 열심히 일했으나, 일에 익숙해지고 요령이 생겨도 일하는 시간이 줄지않았습니다. 열심히 하는 만큼, 기술이 쌓이고 숙련된 능력만큼 효율성이 높아지고 합당한 급여를 받길 원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내담자는 용접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용접원은 자격을 갖춘 후 취업하는 데 어렵진 않으나, 미래 전망이 높아보이지 않았습니다.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빅데이터 전문가나 드론 조종사는 당장 취업하긴 어려우나, 앞으로 고용이 늘고 다양한 분야에 쓰이기에 용접보다 전망이 좋습니다. 이 사실을 알지만 내담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 직업을 갖기위해선 용접원이 되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분야의 정보 수집도 우선적으로 해야합니다. 이 과정을 모두 끝마칠만큼의 동기가 필요합니다.
 
내담자는 3가지 노선 모두 준비할 수 있을 만큼의 준비자금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고 싶은 일'을 택했습니다. 이 일에 대해 노출된 경험이 있었고, 기존의 직업에서 느꼈던 결핍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현재 용접원으로 착실하게 근무 중입니다. 아직 미숙하기에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퇴근 후 녹초가 되지만, 숙련가가 될 자신을 상상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합니다.
 
이처럼 사람마다 그 시점에 더 강열히 느끼는 욕구가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내근하며 컴퓨터로 사무업무 보는 것을 원했던 청년이 있었습니다. 취업해 일하는 동안 늘 반복되는 실수로 상사에게 야단을 맞았다고 합니다. 6시 퇴근시간이 될때까지 시계를 쉴새없이 보고, 업무가 주어지는 게 두려웠다고 합니다. 이 청년은 평소 잘하던 '네일 아트'를 훈련해 네일 아티스트가 되길 원했습니다. 기존의 일에서 성취감을 갖지 못하고 늘 좌절했던 사람이라면 내가 잘하고 익숙한 일을 선택합니다. 타인에게 인정 받고, 성취감을 얻으며 자기효능감을 키우려 합니다.  
 
어떤 경우는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회사의 사업규모가 전년도 비해 올해 점차 줄어듭니다. 동료들이 하나씩 퇴사하거나 해고 당하는 것을 지겨 보게 되지요.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해봐도 그 분야에 속한 대부분의 회사는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 '전망이 좋은 직업'에 대한 욕구가 큽니다. 거제, 통영에서 조선업에 근무하셨던 분들 중 이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3가지 경우가 모두 옳은 선택을 했다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두 그릇된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없지요. 우리 모두는 자신의 욕구를 확인하고 실제 경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야만 보다 넓은 시야로 스스로를 살피고, 일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길찾기 어플을 사용해 본 적 있을 겁니다. 먼저 얼마나 달릴 수 있는 지 연료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연료등이 깜빡이기 시작하면 불안감이 높아지고 시야가 좁아집니다. 얼마나 기름이 필요할까요? 개개인 마다 생각하는 안전 최저선은 다를 겁니다. 누군 2칸은 채워져야 하고 누군 1칸만 채워도 출발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나의 위치를 입력하고 도착지를 선정한 후 추천되는 노선을 확인합니다. 초보자에겐 큰 길로 수월하게 가는 것이 좋을 것이고, 다양한 풍경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고속도로가 아닌 길을 선호할 것입니다. 진로를 그리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나의 위치, 나의 상황이 중요합니다.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천천히 생각해보기
1. 당신에게 지금 어떤 일이 필요한가요? 그 전에 했던 업무에서 채울 수 없었거나 결핍을 가져다 준 욕구는 무엇입니까? 
(그 욕구에 맞춰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욕구가 가장 높은 채로 진로 설계 중인 나를 알아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