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첫 단추를 꿰야 두번 째 '일'이 찾아옵니다 본문

내-일의 고민

첫 단추를 꿰야 두번 째 '일'이 찾아옵니다

O:nle 2020. 3. 15. 17:56

"연금나오는 공무원은 포기했지만 그나마 안정성을 가지려면 대기업에서 시작해야할 것 같아서요. 그래야 40대에 퇴사해도 마음에 드는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 갈 수 있지 않을 까 해서요. 첫 직장을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면, 다음 커리어는 더 낮은 곳을 지원해야되지 않을까요?" 

대기업 취업을 계획하며 수년째 스펙쌓기 중이거나, 중소기업에 취업이 됐음에도 출근을 하지 않고 대기업 구직활동을 계속하는 청년들이 주로 하는 고민입니다. 사회 첫 시작을 경쟁력있는 대기업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로 위와 같이 얘기합니다. 고민을 듣다보면 '첫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옛말이 생각납니다. 선조의 말씀을 대부분 옳다고 느끼며 살고 있지만 커리어 디자이너로서 부적합하다 여겨지는 말입니다. 그보단 ‘첫 단추를 꿰야 두번째 단추를 꿸 수 있다’란 말이 커리어 설계에 보다 적합한 말이라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은 커리어 히스토리의 피크점이 ‘첫 직장’에서 이뤄진다고 여깁니다. 나이가 들수록 우하양곡선을 그린다는 전제를 갖고 있지요. 그러다보니 자신의 기준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시작해야만 합니다. 일을 하면서 자신의 가치가 높아지는 우상향 곡선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이런 프레임 속에서는 취업 후 성장은 멈추게 됩니다. 일에서 즐거움을 얻기 어렵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얘길 해볼까요? 저성장시대, 우리나라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12.8%(한눈에 보는 기업가정신 2017, OECD) 입니다. 고도성장을 할 때는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성장신화에서 벗어나 저성장시대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업에서 매년 뽑던 공채의 개념도 점점 살아집니다. 신입사원을 뽑아서 기업에 맞는 색깔로 길뤄내는 것보다 이미 준비된 특색있는 인재를 원합니다. 수시채용으로 기업에서 필요한 순간, 채용을 진행합니다. 기업이 저성장시대 경쟁력을 끌어올리고자 변화를 보이듯 당신도 변화해야 합니다.

상/하반기 대기업 공채 시험을 준비해며 1,2년간 최선을 다했지만 취업하지 못했다면-
대기업이 만든 채용 방식이나, 기준으로 당신의 강점을 보여주기 어렵다면-

하지만 당신은 꽤 괜찮은 인재라 생각된다면-
그렇다면 첫 단추를 꿰기에 유리한 곳에서 시작하세요. 그리고 적어도 1년은 익히고 배우세요. 그리고 어떤 부분에선 당신의 탁월함을 펼쳐보세요. 그 일에 애정을 갖고 지내온 시간은 당신에게 두 번째 단추로 나타납니다.


좋은 회사에 대한 글<좋은 회사란 어떤 곳일까요?>을 쓰며 수직적 구조에 서 근무했던 제 경험을 살짝 나눴습니다. 그 곳에서 괴롭고 힘들게 일했지만 그 당시 배운 것이 참 많습니다. 업무 상 통화 매너, 이메일을 쓰는 법, 일을 대하는 태도와 철학,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까지... 나를 먹여살리기위해 일한 경험이 있었기에 내가 원하는 일을 찾고, 다른 일을 시작해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일을 하다 우연히 은퇴한 과학자들의 다양한 활동을 리서치 하고, 이와 관련된 데이터로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기관을 알게됐습니다. 인류가 처음 맞은 고령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집중하게 됐고, 한 발 더 나아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관계성이 적은 곳에서 일했지만, 그 곳의 경험으로 다음 직장에서 다른 직업으로 근무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곳에서 베이비부머의 은퇴 후 인생설계위한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했습니다. 이 경험이 또 다른 목표를 가져왔습니다. 다양한 세대를 만나고 싶었고,  집단 교육이 아닌 1:1 상담을 해보길 원했습니다. 그전 이력으로 또 새 직업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 곳에서 또 다른 미션이 생겼고 다시 한 발씩 나아갑니다. 오늘도 저만의 이유있는 커리어 히스토리가 만들어가고 있지요. 대학을 졸업할 때, 제가 무엇을 원하는 지도 몰랐지만 첫 단추를 꿰지 않았다면 두 번째 커리어는 없었을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상담을 하면서 많은 분들에게서 이러한 패턴을 발견합니다. 경영지원 업무를 맡아보길 원했으나, 경력이 없어 취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당장에 시작할 수 있는, 자신을 먹여살리는 일로 학습지 교사 업무를 1년간 했습니다. 그 일을 하는 동안 학생보다 결정권을 가진 부모의 마음을 잡아야 했지요. 30,40대 여성들을 주고객층으로 관리 해 본 셈입니다. 1년 후 그 일을 그만두고 경영지원 업무로 기업에 지원서를 냈습니다. 주로 30,40대 여성을 직원으로 둔 기업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관계성 없는 업무로 보이지만 1년의 경험을 강점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첫번째 단추를 꿰어보세요. 성인으로서 경제적 정신적으로 자립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길 권합니다.(부모세대가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할 때 갖는 부담 중 독립못한 자녀가 큰 요인이 됩니다.) 당신과 상극의 일을 만난 경험이라해도 좋습니다. 그 또한 당신이 원하는 일에 더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 모를 땐, 싫은 것을 제외시켜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요.   


진로의 한자어는 나아갈 진(進), 길 로(路) 자를 씁니다. 길은 한 지점(spot)을 뜻하지 않습니다. 점과 점을 이은 ‘과정’이지요. 원하는 일, 목표점을 단박에 찾아 그 지점에 뚝 떨어지기란 로또 1등보다 어려울지 모릅니다. 우리는 원하는 일 또는 목표점에 오르려면 길을 걸어야합니다. 목표점에 오르면 또 다른 목표점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또 걷습니다. 그렇게 진로를 그려갑시다. 성장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정체되는 것입니다.  

 


천천히 생각하기

1. 당신의 커리어 히스토리의 정점은 언제이길 원하나요?
2. 당장 한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