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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35년 한 직업, 홀로서기도 베테랑일까?

O:nle 2020. 2. 25. 16:33

“학교 행정업무를 35년간 하고 은퇴했습니다. 행정업무 35년 해도 전문 기술이 아니라 조직을 나와 할수 있는 게 없네요. 중소기업 사무직 재취업은 나이가 많아 어렵고, 노후자금이 나오긴 하나 시간이 많은데 뭘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뭘 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고... 쓰기만 하고 살순 없고... 막막합니다.” (사례 1/ 60대 남성)

 

내담자 중 위 사례처럼 한 가지 일을 오랜기간 일해온 경우는 주로 중장년층에 속한다. 밀레니얼세대는 원한다 해도 가질 수 없는 커리어 스토리다. 정규직에 이르기 전 인턴, 비정규직의 계약조건으로 1~2년씩 수차례 일해야만 한다. 그렇다보니 이미 다양한 직업명을 갖고 다양한 직장에서 일해보는 경험을 갖는다. 그들은 커리어 전환이나 이직을 고민할 때 조각난 커리어를 걱정한다. 

 

“가족끼리 분식점 창업을 해 본 적 경험이 있어요. 이후엔 체인점 음식점에서 매니저 일을 했었고, 광고디자이너로 인쇄업에서 일해 봤어요. 최근엔 경영 지원 업무와 경리 업무를 계약직으로 1년씩 다른 기관을 돌며 근무 중 입니다. 한 곳에서 한 가지 일을 길~게 한 적 없어 의미 없는 커리어만 쌓여가요. 6년을 일해도 전문 인력으로 보이질 않으니 이번에도 급여 인상 없이 일해요.” (사례 2 / 30대 여성)

 

그렇다면 한 가지 일을 얼마나 오래 해야 전문 인력이 될 수 있을 까? 전문가의 기준은 또 무엇일까? 위키피디아에서 전문가를 검색해보면 ‘기술, 예술,기타 특정 직역에 정통한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이 있는사람’을 뜻한다. 보통은 '정통한 전문 지식과 능력'을 가지려면 관련 학문을 전공하고, 자격증을 따고, 대학원을 가고, 실무경력의 스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분야에 통달하려면 얼마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가. 1만시간이면 충분할까? 행정학을 전공으로 학사졸업 후 35년을 일하고도 스스로를 전문가라 느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례1의 남성은 ‘홀로 서기가 불가능한 업무를 해와서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을 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꼈다. 한 조직에서 장기간 근무하다보면 실무에서 점점 멀어진다. 책임자의 직책을 갖게되면 주로 인사와 관련된 일을 한다. 자신의 성향에 맞게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같은 직종에 근무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회 초년기에는 일을 익히는 재미가 있었다. 어느덧 직책이 생기면서 수익율과 조직원 관리가 주요 업무가 됐다. 어떤 직업이든 관리직 = 감정노동 이라 말한다. 실무와 멀어지고 감정노동을 하는 동안 임금은 점점 오르고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되었다. 일을 온전히 즐기며 했던 시기는 얼마되지 않는다. 그렇게 35년을 근무하고 은퇴했을 때 조직을 벗어나 그 무엇도 할 수 없단 생각에 좌절한다. 사실 이를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위 사례자는 지인과 함께 피부미용숍을 창업했다 1년만에 폐업한 경험이 있었다.

 

보다시피 한 곳에서 직장생활을 오래한다고 그 분야에서 홀로서기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기업의 목표는 조직 내에서 살아남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지, 홀로서기가 가능한 인재로 키우려 하지 않는다. 전문가의 기준과 잣대를 절대적으로 정의할 순 없지만 커리어 상담을 하다보면 '이 사람은 마스터(master)다!'라는 생각을 갖게끔 하는 사람이 있다. 누구나 아는 사람으로 예를 들자면 백종원 요리연구가이자 기업인이다. 홀로서기와 함께 일하기가 자유자제로 가능하다. 자립해서 일의 시작과 끝을 시스템으로 만들고, 요리연구가로 일의 본질과 실무적 감각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영역에서 익힌 노하우를 공유해 선한 영향력을 보인다.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일을 좋아하고, 자신이 노력한 대가를 향유하는 태도에 있었다.

 

호모헌드레드시대, new life cycle에 맞춰 사례1 남성 같은 신중년이 출현했다. 청년기 때 평생직장의 개념을 갖고 일했고, 현재는 주된 일을 끝마치고 인생 후반을 준비하는 세대다. 그들의 일자리 특성을 통계자료로 보면 소규모 점포 창업 등 영세한 자영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주된 일자리 퇴직 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신중년들이 어쩔 수 없이 진로 대안으로 창업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제는 신중년으로/고용노동부 2018) 기업이 젊은 인재를 잡기위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 중이나, 고령친화기업으로 변신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 시점에 ‘누구나 일생 한 번은 창업을 한다’는 말은 꽤 일리 있다.

 

35년 행정업무를 한 60대와 다양한 업무를 조금씩 해본 30대 중 홀로서기로 창업을 한다면 누가 더 유리할까? 과거에는 인맥, 자본, 전문성을 갖춘 60대가 성공할 확율이 높다고 답했을 것이다. 지금은... 모를 일이다. 오래 일한다고 해서 무조건 전문성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고, 스타트업 평균 코스트가 줄다보니 자본이 미치는 영향도 줄었다. 실제 통계자료를 봐도 신중년이 생계형 창업으로 시작해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증가 추세에 있다. 

 

그렇다면 한 분야에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을 맹신할 수도 없고, 짧았던 경험도 의미 없다고 여길 필요도 없다. 방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전문가라면 구글보다 뛰어난 전문가가 있을까? 위키피디아에 전문가의 정의와 함께 전문가와 사기꾼의 차이점도 나와 있었다. 전문가는 자신에게 허점이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 사기꾼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사실처럼 여기는 사람이라고 한다. 「인류사의 변곡점에서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은 늘 아마추어보다 적응력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전문가는 한 분야에 익숙한 사람이고, 익숙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미래의 변화를 과소평가 할 수 있다.(김경일 교수 강의/ ebs 부모 특강)」  뉴노멀시대, 고령사회, 4차산업 앞에서 스스로를 완벽한 프로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경험(커리어)보다 아마추어로서 일을 대할 때 성장의 기회가 찾아온다. 건강한 아마추어로 자신의 커리어를 다시 들여다 보자. 그리고 일을 사랑하는 아마추어가 되어 보자.    


천천히 생각해보기

1. 당신이 생각하는 전문가의 기준은 무엇이며, 롤모델이 될만한 사람은 누구인가?

2. 책추천 :  나는 1인기업가다 / 홍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