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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육업일치, 육아를 일로 만들다

O:nle 2020. 2. 20. 16:53
“영양상담사로 10년간 근무했습니다. 아이를 둘 낳았고, 육아휴직을 쓰기에 함께 일한 동료들에게 미안해 그만뒀습니다. 직장생활하며 아이와 보낸 시간이 적었단 생각이 늘 지배적이었어요. 그래서 공부방을 차려 제 아이를 돌보며 일 했습니다. 공부방이 자리를 잡으면 만족스러울 주 알았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집에서 제 눈치를 봐요. 제가 선생님이 되면서 온전히 엄마일 수 없게 됐어요. 영양상담사 일이 싫지 않았는데... 어떤게 가족과 저를 위해 최선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일과 삶을 병행하기위해 그 전과 다른 실험이 삶 속에서 일어난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을 만큼, 공동체의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연대가 없는 삶 속에서 돌봄의 영역은 시장에 넘겨졌다. 돌봄을 시장에 맡길 수 없다면 시간과 노고를 들여야 한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든,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만 접념하든 대부분의 부모는 죄책감을 갖는다. 직장인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 부모로서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염려하며 미안하다. 육아만 하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의 질을 따지며 더 나은 교육과 경험을 선사하지 못해 미안함을 느낀다. 

 

30대 중반의 이 여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국 육아와 일 영역을 겹치도록 설계했다. 육아를 하며 수입까지 챙길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로 공부방을 운영하게 됐다. 그녀는 포기하거나 희생하는 엄마가 아니라 도전하는 엄마이자 노동자였다. 공부방을 운영하며 자녀들의 교육에 더 신경 써주게 됐고, 자신의 퇴근 시간에 맞춰 자녀를 학원 돌리는 일도 멈추게 됐다. 더욱이 같이 보낸 시간만큼 자녀를 더 많이 알게 돼 대화도 풍부해지고 공감하는 부분도 커졌다. 그러나 공부방이 정상화 될 수록 수업료를 내고 다니는 아이들이 내 아이보다 우선시 됐다. 그러다보니 자녀들에게 나가 놀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목적과 어긋남을 느끼고 합의점을 찾고자 지금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고민은 계속된다.  

 

그녀의 첫번째 시도는 워라밸을 바라보는 시선을 양팔저울 구조에서 탈피했다. 보통 워라벨을 생각하며 일과 삶을 양팔저울위에 올려두는 모형을 떠올린다. 이럴 경우, 정확히 5:5 한 가지 경우에만 균형이 잡힌다. 이 양팔저울의 또 한가지 규칙은 한 쪽이 커지면 한 쪽이 줄어든다. 일이든 삶이든 늘 한 쪽은 뺃기고 손해보니 불행하다. 5:5 비율의 이상적인 삶을 위해 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해야한다. 이 어려운 걸 해낸다 해도, 모두에게 5:5가 가장 완벽한 기준점이  아니다. 양팔저울 프레임에서 벗어나 삶의 4가지 영역(개인, 일, 가정, 공동체)이 서로 포개지는 모형으로 바라보았다. 일을 육아의 영역에 끌여들였다. 덕분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수입은 그 전보다 적어졌지만 영양상담사로 근무하며 불가피하게 돌봄에 쓰던 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 그  다음 육아와 일이 겹치며 발생하는 문제점을 찾게 됐다. 자신이 원하던 삶을 위해 변화를 시도했는데 그 삶이 실패하면 안된다는 집착으로 이어졌다. 타인의 시선 때문이었다. 집착은 가족 모두를 힘들게 했다. 커리어 상담을 통해 본인의 욕망을 재확인하고, 주객이 전도된 자신의 일상을 알아차렸다. 자녀를 직접 교육하고자 쏟았던 열정은 또 다른 일의 형태로 갖춰졌다. 현재는 공부방의 학생을 최소화하고 학습지의 교구를 만들고 부모 교육법을 연구한다. 앞으로 그녀의 직업은 또 변할 수 있다. 그것은 안정적인 직업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개인이 가치있다고 여기는 삶을 살기위해 보다 적합한 방식을 찾아가는 길이다. 그녀가 다시 영양상담사로 근무하게 된다면 지금껏 시도한 모든 것이 실패로 끝나는 가? 아니다. 그 일의 가치를 제대로 쳐줄 것이다. 그리고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해 힘겨워했던 마음 또한 달라질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위 사례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에 무리가 왔고, 결국 커리어를 접게 된... 흔히 말하는 경력단절여성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실제 그녀는 경력단절여성으로 국가 지원의 직업교육을 받기도 했다. 다양한 옵션 중 일을 그만두기로 선택한게 아니라 남은 선택이 커리어 중단 밖에 없었기에 경력단절여성은 피해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를 새로운 기회로 만드는 여성들이 있다. 육아를 하는 여성의 노고를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육아를 하면서 그간 반복적으로 해 오던 일을 잠시 멈추고 본인이 정말 원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든다. 관심분야를 새롭게 학습하거나 숙련도를 높이기위한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또는 엄마가 되고나서 알게된 불편함으로 창업 아이템을 얻기도 한다. 닫친 문이 생기자 새로운 문이  열린 것이다. (물론 닫히는 문이 열리는 문보다 갯수가 많다 ㅠㅠ)

 

여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당연해진 것에 비해 남성의 경우, 가정 내 육아 부담이 높아지긴 했으나 직장에서 좋은 아빠를 결코 인정해주진 않는다. 책상에 가족 사진을 걸면 좋은 사람처럼 보이나 실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무능한 직장인으로 평가한다. 똑같은 일을 해도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큰 수익과 성공의 기회가 주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이 있다. 남성은 결코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오지 않는다.

 

경력보유여성, 경력을 보유한 채 잠시 숨고를기회가 주어졌다. 출산과 육아를 하며서 보다 원하는 삶, 균형잡힌 삶을 그려보길 바란다. 


천천히 생각하기

1. 경력단절녀라고요? 육아도 경력입니다 / 한겨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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