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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이직위해 살펴야 할 것은? (감정에 치우쳐 결정하기)

O:nle 2022. 6. 16. 14:39

"작업치료사로 15년간 일했습니다. 한 센터에서만 지금까지 근무했어요. 중간 중간 다른 센터로 옮길까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 그 사이 결혼하고, 이사도 하고, 아이도 낳고. 지금까지도 한 곳에서만 일하고 있네요. 근데 최근에 대학원에서 만난 지인이 갑작스레 연락이 왔어요. 자기가 있는 센터로 오지 않겠냐고요. 지금 제가 하는 일과는 조금 성격이 달라요. 이 일로 돈을 벌어본 경력은 없습니다. 최근까지 함께 일하던 치료사들이 출산을 하거나,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서 어수선하고 복잡했어요. 이제야 안정기를 찾은거 같은데 센터에서는 제게 팀장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에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경력직의 경우 공채를 통하기보다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이직하게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위 사례도 대학원에서 만난 동기가 제안을 해온 경우였습니다. 이렇듯 새로운 기회가 다가왔을 때, 어떤 회로를 따라 선택하면 좋을까요? 그 과정을 함께 찾아가보겠습니다. 여기서 선택의 목적은 나의 욕구와 맞는 선택하기입니다. 

 

위 사례자는 무엇이든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아주 오랫동안 이어가는 편입니다. 미용실을 가도 한 곳을 쭈욱~. 옷가게도 한곳만 꾸준히 다니는 편입니다. 한 직장을 오래다니던 패턴이 삶의 곳곳에 보입니다. 그런데 하나를 꾸준히 하는게 기본값인 사람이, 새로운 길을 택하거나 노선을 바꿀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났었던 것일까요? 그것을 먼저 찾아보았습니다. 성인이 되고 본인이 했던 새로운 선택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알게 된 사실이 있었는데요. 변화의 요인에는 두가지가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나는 강력한 호기심, 두번째는 신뢰하는 사람의 강력한 권유였습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우연한 계기로 직장동료와 어떤 강의를 듣게 됐습니다. 그 강의가 시작점이 돼, 관련 분야로 대학원 진학해 학위를 땄다고 합니다. 강의를 접하게 된건 신뢰하는 사람의 추천이었고, 그 경험에서 강력한 호기심이 자극되면 새롭게 한 선택을 꾸준히 실행시킵니다. 사례자는 수영을 꽤 오랜시간 운동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시작은 마찬가지로 지인의 추천이었고, 현재 지인은 수영을 더이상 하지않습니다. 하지만 내담자는 꾸준히 수영을 몇년째 배우고 있었지요. 이러한 자신의 패턴을 먼저 이해해봅니다. 사례자는 스스로 새로운 일을 찾고 삶에 변화를 주는 일은 어렵습니다. 스스로 타는 장작은 아니지요. 하지만 지인들의 제안을 잘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삶에서 대부분 타인에 의해 발현점이 생기고,  그 불씨는 아주 오래 발전시키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성향을 이해한 상태로 또 살펴봐야할 것이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제안받았을 당시, 자신이 느낀 첫느낌에 대해 얘기나눠보았습니다. 사례자는 그 소식을 전화로 전해들었다고 합니다. 그 순간 새로운 일을 해볼 수 있단 생각에 너무나 설랬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제안이 진짜인지 몇번이고 지인에게 되물었다고 하더군요. 전화를 끊고나서부터 그 일을 맡게 되면 자신이 얻게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고, 노력해야될 부분도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 낯설겠지만 '한번 해보고 싶다!' 마음이 앞섰다고 합니다. 

 

이 느낌을 저는 존중하는 편입니다. 무언가를 선택하는 데 누구나 대차대조표를 그려봅니다. 직장을 옮길 때 근무 환경, 급여, 출퇴근 시간, 업무시간, 내 삶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 등.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선택지 B를 가르켜도 나의 느낌에 의해 A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대차대조표와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어리석고 합리적이지 못한 일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자대조표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무의식까지 반영될 수 없지요.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무의식까지 반영합니다. 예를들어 여사친이 소개팅을 나가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고 합니다. 그 전까지 그저 친구로 지냈는데 나도 모르게 화가나고서운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이럴땐 내가 그 친구를 이성으로 좋아하는 게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지요. 이처럼 감정 그 아래에는 내가  채우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감정에 치우쳐 무언가 선택하는 것을 우매하고 이성적이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 반대로 감정이 전달하는 정보는 매우 정확합니다.  

 

새로운 일을 제안받았던 분 중에 어떤 분은 첫느낌이 '당혹스럽다'였습니다. 그 일을 자신이 한다는 게 현실성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없는 이유, 거절해야만 하는 이유들이 계속 머릿속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그 일을 스스로가 원한다고 말했으나 실제 그 일이 다가왔을 때 그 사람이 느낀 바는 전혀 달랐습니다. 사례자의 경우 제안이 들어온 새로운 일을 원한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반복된 일상이 주는 안정감보다 무료함이 커져있었고, 익숙치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보다 무료함이 더 힘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직관적으로 새로운 일에 가슴이 뛰고 설렜던 것입니다.

 

직관적으로 사례자는 자신이 이직을 할 것임을 압니다. 그렇기에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이 감당해야할 불안이 올라옵니다. '그 일이 막상 적성에 맞지 않으면 어떡하지?' '내가 그 일을 잘 해내지 못하면 추천해주신 분에게 미안할 것 같은데...' '과거만큼 새로운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인데,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잘 맞출 수 있을까?' 등등의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이렇게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요? "해보기 전엔 모른다!"입니다. 실제 그 일을 감당할 수 있을 지 직접 해보기전엔 알 수 없지요. 

 

그렇다면 이제 해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이직을 했을 시 자신이 포기하고 노력해야할 부분을 짐작해보는 것. 그리고 가족 구성원, 기존의 직장 내부인과 상의해야 할 부분을 찾습니다. 사례자의 경우, 출퇴근 시간이 그전보다 더 걸리기 때문에 가정일이나 육아에 할애하고 있던 시간을 배우자와 재정비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배우자가 이 부분을 좀 더 서포터할 수 있는 지 물리적, 심리적 허락이 필요합니다. 두번째는 기존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을 선발하고, 새로온 사람에게 인수인계 할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할 부분이 생깁니다. 그 기간을 서로가 원만하게 조율할 수 있도록 기준을 두고 협의해야 합니다.

 

 선택이 어렵지 사실 이 부분을 조율하고 협의하는 건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다만 가족 구성원이 반대하거나 지지해주지 못하는 일을 하기로 선택했을 때, 또다른 국면에 놓이게 됩니다. 이 부분은 다음에 다시 얘기 나눠보도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