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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진로를 찾는 좋은 방법, 길을 잃어라! (실패에 관하여 2편)

O:nle 2022. 5. 12. 15:40

진로 상담을 하던 20대 내담자가 취업이 된 상태로 출근하기까기 열흘정도 시간이 남아 해외 여행을 간다고 했습니다. 여행을 가기위해 이것 저것 준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숙박시설과 식사를 하게 되는 곳은 물론이고, 그 곳에서 보게 될 공연의 티켓을 구입하고, 근처 음료를 사먹는 편의점까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눈으로 직접보고 확인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떤 숙박시설을 예약했을 때, 방에서 보게될 뷰까지 미리 확인하였고, 티켓을 구입할 때 실수 없이 헤매지않고 창구를 찾은 다음, 외국판매원이 하게 될 질문을 미리 숙지하고, 원하는 좌석을 예약하기위해 준비하였습니다. 남길 사진을 어느위치에서, 몇시쯤에 찍을 것인지- 그때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도 계획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렇게 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온 20대 내담자에게 여행이 어땠는지 물었습니다. "좋았어요!"라고 대답했지요. 기억에 남는 것과 예상밖의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저는 또 질문했습니다. 

 

"그런건... 딱히 없었어요. 잘 찾아갔고, 계획대로 관광하고, 살 것들 사고... 그러고 왔어요. 아! 선셋이 예쁜 해변이 있었는데 그네 위에서 사진을 많이 찍더라고요. 그런데  그네가 망가졌더라고요. 사진 못찍었어요. 그리고 로컬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SNS올리기 딱 좋은 비주얼인데, 너무 정신 없이 불편하게 먹었어요. 또..." 

 

내담자는 이미 예습을 통해 보게될 것, 먹게 될 것, 사게 될 것, 하게될 것들을 이미 정해두고 두 눈으로 확인도 했습니다. 그리고 실수 없이, 성공적으로(?) 여행을 맞쳤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맛없었던 맛집, 예상과 맞아떨어지지 않아 아쉬웠던 점들을 먼저 떠올려냈지요. 

 

여행을 완성시키는 궁극의 요소는 바로 의외성이라고 어느 작가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지요. 로마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길을 잃는 것이다. 저는 이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길을 잃기로 했다는 것은 실수하고 당황하는 나를 허용한다는 뜻입니다. 내담자는 해외에서 우왕자왕 실수하는 일을 겁냈습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했던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생에는 예측불가능한 일들이 생깁니다. 그럴 때, 예상 밖의 일을 실패로 보고 아무것도 건져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편 실패 안에서 더 값진 것을 건져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수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수용하는 사람입니다.    

 

진로와 관련된 이론중 '우연학습이론'이 있습니다. 4차혁명까지, 시대가 달라지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은 더욱 복잡하고 예상불가능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우연적 사건을 주목한 것입니다. 우연적 사건은 말 그대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보다 주체적이고, 긍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학습해야합니다. 그래서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이라는 개념을 활용합니다. 

 

저는 많은 분들에게 현재의 직업을 어떻게 갖게 됐는 지 질문해봅니다. 그때마다 '우연히'라는 단어를 자주 접합니다. 저 또한 우연한 기회로 열망하는 일이 생기고, 그 일을 좇게 되었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성공의 경험보다 실패의 경험에서 더 큰 성장을 이뤄냅니다. 시험을 쳤을 때, 맞춘 문항보다 틀린 문항에서 우린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같은 이치입니다. 따라서 진로발달에 있어 '우연'과 '실패'는 값진 동력입니다. 

 

하지만 요즘 상담하다보면 일부 청년들이 '우연'을 향한 통로를 미리 막아선다는 생각이 듭니다. 꾸준한 예습해 '아는 범위'내에서 성공의 경험만을 쌓으려 노력하지요. 요즘은 AI를 통해 개인의 취향을 파악하고 유사한 컨텐츠와 물건 등. 취향에 적합한 것들이 노출시켜 선택하게 합니다. 다시말해 실패가 적을 선택을 하도록 돕습니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우연'을 만나기 더더욱 어렵습니다. 뿐만아니라 어렵게 만난 우연을 => 예측불가능 => 실패 => 좌절로 받아들이니 실패에서 건져내는 것이 없지요. 

 

진로를 찾고 싶다면 '우연'을 반갑게 맞이해야 합니다. 우연은 실수나 실패를 꽤 잘 만들어 냅니다. 이때 실패 경험에서 성찰의 기회를 얻고 진로를 발달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바탕에는 나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필요합니다. 늘 성공하는 '나'를 사랑하는 일은 너무나 쉽습니다. 찐으로 나를 사랑하는 것은 지금 모습 그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넘치면 넘치는대로 그 모습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은 댄스배틀에서 1등을 하지못한 한 댄서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배틀에 나가기 전, 언제나 승승장구했던 청년입니다. 그녀는 지독한 경쟁속에서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 듯 합니다. 원래 목표는 1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루지 못했으니 실패지요. 실패에서 그녀는 가장 중요하고 가치를 얻은 듯 합니다. '우연'속에 스스로를 노출했기에 얻은 교훈입니다. 우연과 실패를 멀리하지 않는다면, 분명 의미있는 성장을 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