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면접볼 때, 안떠는 법은 없습니다만... 본문

내-일의 고민

면접볼 때, 안떠는 법은 없습니다만...

O:nle 2022. 3. 3. 21:33

"면접보기만을 기다렸는데, 막상 면접 보러 오라고 하면 너무 불안하고 떨려요. 여러명이 같이 면접을 보는 것도 아니고 앞에 두 명이 있었는데 제가 무슨 말을 하고 나왔는 지 기억이 잘 안나요. 면접장을 나와서 받았던 질문을 생각해보니, 제가 말하고 싶은건 반도 못하고 나온거 같아요. 그냥 푼수같이 웃기만 하다 나온거 같아요. 바보같이 왜 그랬나 몰라요."

 

면접을 보고 온 내담자에게 '면접 어땠어요?'하고 질문하면, 흔히들 긴장하는 바람에 전날 예상했던 질문이 나왔음에도 준비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는 말들을 쏟아냅니다. 이런 순간은 면접 말고도 더 있을 겁니다. 학교에서 발표수업이 있을 때, 토론수업 평가가 있을 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의견을 말해야할 때, 회사가 비딩에 들어가 pt를 해야할 때 등. 긴장감이 높아져 생기는 증상들을 '사회적불안(social phobia)'라고 합니다. 

 

정확히 사회적불안은 사회적상황에서 긴장감, 불안, 두려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여기서 사회적 상황이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는 상황, 무언가를 수행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사회불안이 높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상태가 지속(6개월 이상)될 때, 치료를 받으면 도움이 됩니다. 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지만, 때때로 사회적 상황에 생긴 긴장감을 완화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사회불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첫번 째, 사회적불안이 일어나는 시스템을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면접을 볼 때 입니다. 예상질문들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고 숙지했습니다. 하지만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면서부터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쥐고 있는 주먹에서 땀이 차오릅니다. 심장박동이 빨라집니다. 이같은 신체증상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나죠.  

두번 째, 신체증상의 변화에 따른 타인의 평가가 신경쓰입니다.  자리에 앉아 자기소개를 시작했는데 긴장된 몸에서 떨린 목소리와 흘러 나옵니다. 더듬는 내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자 스쳐가는 생각이 있습니다. '망했다' '내가 떨고 있다는 걸 들키면 아마추어라고 생각할꺼야' 등. 내 신체적 변화에 따른 부정적 사고를 스스로 일으킵니다. 

세번 째, 이러한 사고는 나의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새로운 질문이 들어왔는데, 잘 들리지 않습니다. 집중하지 못하고 서둘러 단답으로 마무리합니다. 속으로 이미 망했으니 면접장을 얼른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신체적 반응에서 시작해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생각은 행동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것이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보통은 자신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세지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부터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첫번 째로 낯선 사람들 앞에서 평가를 받아야하는 순간, 긴장감이 감돌고 불안한 감정이 올라오는 것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나를 지키기위해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에 의해 만들어진 경고신호입니다. 우리 조상이 수렵 채집하며 생존하던 긴 세월, 낯선사람들 사이에 주목을 받는 순간은 평균적으로 위험에 빠진 겁니다. 다른 집단에 포로로 흘러들어갔을 경우와 같죠. 이럴때 만사 태평이었던 조상보다 긴장했던 조상들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습니다. 그들의 후손이 바로 지금의 우리입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는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대중 앞에 서는 것이 직업인 연예인도 낯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공황장애를 겪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두번 째, 이 신호를 오역하는 데서 문제가 생깁니다.

손과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나는 것은 망했다는 징조가 아니고, 자신이 소심하고 바보같다는 뜻도 아닙니다. 그리고 긴장한 당신을 보고 그렇게 평가하는 사람도 흔치 않습니다. 요즘 '주기자'라는 캐릭터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사랑을 얻고 있지요. 주기자는 mz세대의 신입 인턴기자입니다. 예상치 못한 앵커의 질문을 받으면, 크게 당황합니다. 긴장해 눈이 커지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연기하는 그녀를 보면서 우리는 '어리석다'고 생각치 않습니다.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세번째, 면접장에서 최악의 상황이라곤 떨어지는 것, 그 뿐. that's all!  
면접장에서 최악의 상황이래봤자 떨어지는 것.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 평생 직업을 못 구할것도 아니고, 세상이 무너지지도 않습니다. 최악의 상황까지 파악됐다면 이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몸아 너는 떨어라, 나는 내 길 가련다!' 떨고 있는 나의 상태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내가 수행하던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담백하게 지금의 상태를 털어놓고 시작해도 좋습니다. 실제 제 경험입니다. 어떤 발표자가  발표 중간부터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지금 굉장히 떨리네요!"라고 현재 자신의 상태를 말하자 청중들이 응원의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박수가 끝나고도 떨리는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청중 모두 떨리는 목소리에 더이상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발표자가 말하고자하는 것이 무엇인 지 집중하게 됐습니다. 떨림이 조금은 잦아들고 그녀는 끝까지 발표를 마쳤다. 그 모습이 정말 용기있고 멋있어 보였습니다. 이후 저도 낯선 사람들 앞에서 긴장되면 "떨리네요!"하고 말을 건내고, 이어서 발표를 합니다.   

유튜브에 '발표할 때'라는 검색어를 기록하면 발표할 때 안떠는 법, 발표할 때 얼굴안빨개지는 법, 목소리 떨림 등이 검색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낯선 사람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한 번 쯤 생각해볼것이 있습니다. '안떠는 것이 훌륭한 발표자인가?' 만약 그렇다면 흔들림 없는 AI로봇이 가장 훌륭한 화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로봇의 발표를 듣고 감명을 받을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발표하는 일,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는 면접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나를 뽑고 싶게, 설득하는 말하기를 해야하지요. 흔들림 없는 로봇이 되려 노력하지말고, 인간답게 떨리는대로 내 메세지에 집중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