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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직업에 물렸다, 손절어려운 직업은?

O:nle 2020. 11. 22. 14:23

"직업을 바꾸고 싶어서 왔어요. 지금은 택배 물류 관리센터에서 일하고 있어요. 처음엔 알바로 했다가 3년 넘게 이 일을 계속하고 있어요. 게임회사에서 일해보고 싶긴 한데, 무슨일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일단 지금하는 일은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저녁에 일하는 것도 많아요.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쉴때 쉴 수 있는 일 하고 싶네요."

 

누구나 한 번쯤, 퇴사를 꿈(?)꾸며 자신이 하는 일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취준생은 취업을 꿈꾸고, 취업하면 퇴준생을 꿈꾼다고 말합니다. 상담하면서 커리어 전환을 잘 하는 직업이 따로 있다고 느끼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유통·물류업 종사자들 중, 손절을 힘들어 하는 분을 종종 봅니다. 물류관리업무로 택배를 분류하거나 송장출력 및 부착, 반품처리, 택배 상하차 관리 업무를 하시는 분들 중 이직을 결심했으나, 다시 그 일을 지속하는 계기를 찾아보면 3가지가 있었습니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을만큼 아쉬울 것 없다

사회적 평판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청년의 경우, 주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서 '그 일 언제까지 할꺼니?' '이제 제대로된 일 해야지~'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합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죠. 그러다보니 언제든 준비가 되면 '떠날 곳'이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 퇴사율도 높기에 일부 업무는 월급이 아닌 일당제로 사람을 고용합니다. 일을 하는 사람도 한달을 꼬박 일하길 원치 않을때도 많다고 합니다.

 

힘든만큼 급여도 높은 편이다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하지만, 당장 취업을 할 수 있는 곳들 중 이전만큼 급여를 주는 곳이 매우 적습니다. 위 내담자처럼 낮에 일하고 밤에 쉬는 일, 육체적 노동이 줄어드는 일을 찾다보니 소득이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소비패턴을 바꿀 수 없어 더 높은 연봉의 일을 찾습니다. 관련 분야의 경력과 훈련 경험이 없기때문에 빠른 이직은 어렵습니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급여가 높았던 일을 다시 찾게 됩니다.

 

수월하게 그 일을 다시 할 수 있다

고정비용이 계속 나가다보니 가지고 있던 예산은 점점 줍니다. 어느순간부턴 이직을 떠나 '돈을 벌어야한다'가 우선시 됩니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요즘 유통업에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다보니 과거 일했던 곳에서 일손이 딸려 연락이 옵니다. "이번주 한주만 일해줄 수 없어?" 하는 말에 '딱 일주일만 더 일해서 돈 벌고, 이직 준비 계속하자!' 마음먹고 다시 회사에 나갑니다. 그렇게 2주, 3주, 한달. 지속되다 보면 이직을 하려는 목표는 사라집니다. 

 

급여가 높고, 계속 새로운 인력을 필요로 한 다는 것은 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음을 알립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에게 '좋은 점'이지요. 하지만 이 일을 떠나려는 사람에게는 발목잡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물류업무와 달리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이며, 언제든 일할 수 있는 것과 다르게 경쟁율이 높은 직업 중, 손절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학교 교사'가 그러했습니다. 저출산시대에 폐교는 많아지고, 교사를 선발하는 곳은 점점 줍니다. 여성에게 최상의 직업이라며 선호했던 교사. 사회 전반적으로 평판이 좋고, 복지 또한 좋습니다. 이런 점이 발목을 잡습니다. 심한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주변인들 모두가 퇴사를 반대하니 결심한 일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손절만이 답은 아닙니다. 이직이후에 더 삶에 대한 만족도가 더 떨어질 수도 있지요. 그러나 이직이 목표였던 사람이 다시 같은 일을 할때, 보통은 만족도가 더 떨어집니다. 낙하하는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은 어떤 선택을 하건, '현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머무는 것 또한 자신의 선택이며,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유익하다 판단했기 때문에 내린 결과입니다. 선택에 책임지고 감사할 수 있다면, 오늘치만큼의 성취감을 느끼며 온전히 지금을 누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