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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내 가치관에 따라 일하려면 어떻게 하죠? 본문
"대형 치과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임플란트 전문 치과에요. 동네 병원보다 급여도 높고 복지도 괜찮은 편이에요. 하는 일은 어딜가나 비슷비슷한 것 같고요. 근데 하나 걸리는 게 있어요. 팀별로 경쟁하듯 임플란트를 심고 있어요. 임플란트를 나중엔 해야겠지만, 제가 보기에 당장 그 시술이 필요 없는 환자에게도 임플란트 치료를 권합니다. staff만 사용하는 회의실이 있는데 한 쪽 벽면에 팀별 임플란트 시술 건 수를 그래프로 표시해둬요. 분기별 1등을 하면 성과금이 커요. 처음엔 과잉진료를 추천하고 설득하는 게 양심에 걸렸는데, 이제 익숙해지고 있어요. 저 혼자 옳은 소리를 한다고 달라지지도 않고, 의사가 판단한 일이니 제가 뭐라 하기도 그렇죠. 계속 이렇게 일해도 되나~ 싶긴해요."
"통신사 전화상담 업무를 했었어요. 건수별로 제 성과가 나오기때문에 고객이 알면 좋을 만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먼저 전해주지 않아요. 질문한 것에 대한 답만 주고, 다음 콜을 받아요. 그럼 지금 당장 궁금한 상황은 해결됐지만 그 다음 생기는 의문을 해결하고자 고객은 또다시 전화하고 상담자와 연결되기까지 또 기다리는 불편을 갖게 됩니다. 그 사실을 알지만 한 명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다보면 저는 남들보다 일을 안한 사람이 되버려요."
"은행에서 일하다보니 저나 가족에게 절대 추천하지 않을 저축보험을 가입하게 하거나 스마트폰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어르신들, 데이터 없는 요금제를 쓰고 계신데 어플을 깔게 하고, 새로운 금융 상품이 어떤 특징이 있는 지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인지 아닌지 따져보지도 않고 전화돌려 가입을 권합니다. 소득이 없어 보험을 꾸준히 이어가지 못할 거란걸 알면서도 일단 가입시키고, 나중에 해지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려요. 안그러면 제가 깨지니까..."
우리가 일하는 곳곳에 이런 일이 있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하는 기업 뿐만 아니라 비영리기관의 병원, 시민단체에서도 이런 소소한 일들은 매일같이 일어납니다. 여러분들도 그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위법행위는 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회사의 이익, 팀 또는 나의 이득과 좋은 평가를 위해 했던 행동들. 타인이 알아야할 정보를 제한시키거나, 일부를 강조하는 일. 또는 타인의 선택을 자유의지에 맡기지 않고, 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일들. 그 밖에도 다양합니다. 과거에 당연시 해왔던 사업 운영 방식 중, 윤리적 가치와 어긋나는 것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주 세련되게 포장해 마케팅, 또는 영업스킬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개인의 가치와 부딪히는 업무처리 방식이 불편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윤리 피로(Ethical Fatigue)'를 알게 모르게 각기 다른 강도로 느낍니다. 앞서 보신것처럼 윤리 피로를 느끼는 분들은 큰 권력으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느끼는 게 아닙니다. 신입사원은 신입사원 단계에서, 팀의 리더는 리더로서, 기업의 장은 장의 역할을 하면서 윤리 피로를 느낀다고 합니다. 이런 피로를 덜기위해 우린 어떤 행위를 해야할까요?
결국 내 가치에 따라 행동했던 적 있는 '나'를 응원하자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수학 점수 기억하시나요? 아마 대부분이 기억하지 못할겁니다. 하지만 시험을 준비하며 밀려오는 잠을 참아가며 열심히 공부했던 자신에 대해서는 기억날겁니다. 우린 점수가 아니라 그 기억으로 살아갑니다"
정신과전문의로 육아멘토인 오은영 박사가 한 말입니다. 평소 청렴결백하게 살아온 사람도 한 번 쯤은 양심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평소 양심가는 아니지만, 한 번 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 바르다고 여겨지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 기억 속에, 내 가치와 맞게 행동했던 '나'를 떠올려보는 것이 시작점입니다.
1. 나의 가치관에 맞는 일을 행했던 사건은 무엇이 있는가?
2. 그렇게 행동하게 됐던 동기는?
3. 그 행동에 대해 지금 만족하나는 가?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4. 그 행동을 하도록 도와준 요인과 방해한 요인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반대로 나의 가치와 맞지 않은 일을 행했던 사건에 대해서도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위 질문 2,3,4번을 똑같이 생각해 봅니다. 이 질문은 '가치관에 따른 행동'이란 프로그램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최근에는 '가치관 기업 리더십'관련 기업 연수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저서 <지금, 상사가 부다한 일을 지시했습니까?> 참고)
8번 질문을 다 거쳤다면 이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 결과가 과거 우리의 수학점수처럼 좋지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할겁니다. 나의 가치관을 따르기위해 용기 냈던 자신의 모습을요. 반대로 가치관과 반대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선택을 한다고 남들에게 질타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스스로 기억할 것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던,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길 바랍니다.
최근에 뉴스를 통해 접한 소식입니다. 진주교대 입학사정관으로 근무하던 A씨는 팀장에게 장애를 가진 학생의 점수는 낮추고, 팀장 지인의 자녀 점수를 높이도록 입시점수를 조작하라는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당시엔 불이익이 우려돼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다, 양심의 가책으로 결국 검찰에 고소했다고 합니다. 결과에 대해서 잘은 모릅니다만 검찰에 고소한 그 분에게 이 사건은 앞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것을 스스로가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요.
방해요소는 제거하고, 지지 요인은 늘리고!
과거 경험으로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할 수 있었던 지지요인은 늘리고, 방해요소는 제거해봅니다. 상담하며 제가 느낀바로는 주요 방해요소는 '혼자'만의 생각일거란 짐작에서 시작됩니다. 실제 윤리적 피로에 지친 직장인에게 '자신의 가치와 어긋날 일을 해야할 때, 그것에 의문을 갖고 동료 또는 상사와 논의해본 적 있는 가'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대부분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전에 자신이 만든 부정적 시나리오 벽에 부딪힙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윤리적으로 행동하며 일하길 원합니다. 동료나 상사가 자신의 주장에 힘을 받쳐줄 다양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그들이 지지자가 될 수 있음을 전제해야 합니다.
또 하나!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일하려면 대화하는 방식과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생각듭니다. 일방적 주장이 아닌 질문으로 이야기하고 개방된 마음가짐으로 문제점을 계속해 논의의 장에 끌어드립니다. <지금, 상사가 부당한 일을 지시했습니까?>란 책의 부록에 나오는 핵심지침을 보면 보다 고려해야 할 것들과 접근 방식에 대해 상세히 쓰여져 있습니다.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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