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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에세이] 2020 즉각 응답하라!

O:nle 2020. 2. 19. 17:33

휴대폰이 꺼졌다. 존엄한 인간 1명을 멘붕에 빠뜨리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
휴대폰 의존도가 심해지며 하루에도 수십번 전화기를 수시로 확인한다. 별다른 알람이 없어도...
눈은 그 사람의 창이라 했던가? 이제 휴대폰이 그 사람의 창이 되어준다.
나와 관련된 주요한 정보는 다 그 곳에 기록되어 있다. 한 손에 쥐어지는 작은 컴퓨터안에 나의 30년 인관관계가 다 등록되어 있다.
나의 취향이 모두 읽힌다. 좋아하는 토픽, 사람, 음식, 옷, 공간 등등 모두 알 수 있다.

'나' 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것이 ‘운동’일지라도 중독 돼 원치 않을 때 멈추고 원할 때 할 수 없다면 위험하다.
휴대폰에 길들여지지 않으려면, 휴대폰을 등안시 해야하나? 휴대폰이 꺼져, 내 손에서 사라진지 하루가 되지 않은 시점에 이런 생각이 문뜩 들었다.

휴대폰을 쓰면서 내가 주로 만족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즉.각.반.응' 궁금한 게 있을 때, 인터넷으로 언제든 빠르게 찾아본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언제 올질 곧장 찾아본다.
남편의 위치를 알고 싶어 통화 버튼을 누른다.
발송한 이메일을 상대방이 읽었는지 확인한다.
이 모든 일이 바로바로 일어나길 희망하고, 휴대폰을 언제나 내 옆에 둔다. 24시간 가동시킨다.

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 졸업 후, 사회초년생이 되면서 였다. 상사는 24시간 근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스마트폰을 사도록 권유했다.
우리 아들은 태어날 때 부터 스마트 폰을 보고 활용하고 있다. 얼마전 크리스마스 일때, 아들은 핀란드에서 선물을 갖고 올 산타할아버지가 어디쯤 오고 있는 지 위치를 확인해보자며 휴대폰을 들고 나에게 찾아보라고 했다. (택배아저씨의 위치는 확인이 되니까...)
아들에게 산타는 신비로운 할아버지라기보다 위치를 알 수 없어 불편감을 주는 할아버지가 됐다.

과거에는 한 번 한 약속은 어기는 법이 없었다. 메시지를 던질 때 신중했고, 응답이 오기를 기다리며 애절함이 있었다.
즉각반응할 수 없었으니까.
인공지능이 개발되는 4차 산업의 급류 앞에서 이 무슨 의미 없는 회상인가 싶다만
나는 그 즉각반응이 아직도 불편하고, 피곤할 때가 많다. 그래서 sns를 사용하는 게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내 정보를 내 스스로 노출하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 즉각반응에 연연하는 것도 싫다.

손가락으로 토닥이면 손쉽게 닿는 관계망 플랫폼이 아주 많다. 덕분에 몰라도 될 소식까지 즉각적으로 알게 됐다.
그래서일까? 자발적 고립감을 가질려는 사람이 늘기도 하고, 진짜 사람을 만나려는 욕구는 더욱 커진다.
깊이있게 생각하고, 천천히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참 매력적이며 어렵게도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