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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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제 약점때문에 일하면서 힘들어요"

O:nle 2020. 7. 1. 21:33

"전 꼼꼼하질 못해요. 서류 상 분명히 두번 이상 확인을 하는 데도 실수가 나와요. 주문한 물량이 2배 이상으로 잡혀서 큰 사고를 친 적도 있어요. 상사에게 지적을 받는 건 상관없어요. 제일 힘든건 매번 그렇게 실수하는 제 모습이 너무 싫어요. 성격이랑 이 직업이 안맞는건지, 직업을 바꿔야 할까요? 아니면 이 단점을 어떻게 뜯어 고쳐야할지 모르겠어요. 제 자신이 싫습니다."

 

<"제가 가진 강점이 뭔지 모르겠어요">란 글로 약점을 평균으로 올리는 일보다 강점을 확장시킬 수 있는 일에 더 주목하란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통해 나의 강점을 발현시켜도 나의 약점이 나오기 나오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나의 약점이 들어나면서 실수를 하게 됐을 때, 나쁜 인사고과를 받을 수도 있고 팀원이나 상사에게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후속처리를 하는 등. 내 행동에 책임을 져야합니다. 그렇다면 자책하는 일은 스스로를 책임지는 일일까요?

 

누구나 퍼팩트하게 일을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 욕심이 커지다보면 실수하는 자신을 용납하지 못합니다. 인사고과자보다 스스로를 더 크게 질타할때도 있죠. 어쩔땐 스스로 괴롭히는 마음을 덜고 싶어, 남 탓을 하게 될때도 있습니다. 나의 약점을 비난하거나 남 탓하는 것은 나의 약점과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리는 마음을 거두고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길 때, 새롭게 대처하는 법이 필요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우리는 앞으로도 실수하며 살아갈테니까요.   

 

한 사람에게만 의지하는 시스템, 예견된 사고다

 

코로나19로인해 온라인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일이 높아졌습니다. 내담자는 2019년 연말부터 늘어나는 물량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업무를 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물량이 2배로 주문처리 된 내역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물량을 주문하고 발송되는 과정을 내담자를 통해 확인해보았습니다. 한 사람이 파일을 업로드해 진행하고 있었고 내부 시스템으로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크로스체크를 해줄 실무자도 없었으며 재검토하고 승인을 내리는 책임자가 있으나 실상 유명무실 했습니다. 이럴 경우 실수는 이미 예견되어있었습니다. 당신이 아닌 그 누군가가 그 일을 했더라도 있었을 사고입니다. 다만 이럴 때, 회사가 개인에게 그 책임을 모두 전가하고 죄책감을 혼자 지도록 한다면 온당치 못합니다.

 

로봇이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이면 무조건 실수가 생깁니다. 이를 전제로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조직으로 함께 일하는 것이지요. 촘촘한 시스템이 구축된 곳일 수록 보다 질 높은 재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직원 1명이 주의를 살피는 것으로 끝낸다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그 기업은 이후에 폐업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럴경우 자책하고 직업이 본인과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려버려선 안됩니다. 반성은 좋으나 스스로를 갉아먹는 후회나 자기비난은 멈추어야 합니다.   

 

일을 잘 해내는 나와 일을 못하는 나의 가치는?

 

자기고백을 하자면 저는 '일하는 나'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지 않을 때 제 가치를 낮추고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일하는 나'만 값을 처주면서 그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습니다. 욕심이 커질수록 '일이 잘못되면 어쩌지?'하는 두려움이 커집니다. 그러다 가끔 실수를 할 때면, 남 탓도 해보지만 결국 자책을 가장 크게 했습니다. 자책이 심해 심지어 상사에게 위로를 받기도 했답니다. 그 일을 정말 잘 해내고 싶은 데, 자책으로 나를 비하하는 말을 쏟아내자 자존감이 점점 낮아졌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까지 등지게 될뻔 했었죠.

 

노동을 천시하던 고대와는 달리 근대로 넘어오면서 노동을 미션으로 성스럽게 해석하였습니다. 노동을 신성시하다보니, 백수처럼 생산하지 않는 자는 무가치하다고 여깁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하죠. 더 많은 것을 생산하고 효율을 높이는 사람을 지향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하지 않는 나, 일을 못하는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일을 하는 나와 일을 하지 않는 나, 일을 잘하는 나와 일에서 약점을 보이는 나. 가치가 동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 하면서 강박에 시달리고, 일 안하면 자기효능감이 바닥을 치며 괴롭습니다.

 

자신의 강점을 발달시키되, 약점을 인정해주세요. 강점과 약점은 매우 닮아 있습니다. 타인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선택을 할 때 심사숙고 하기때문에 실수가 적은 강점을 가졌다면 남의 의견을 수렴하느라 빠른 판단이 필요한 순간 우유부단하단 단점이 표출됩니다. 이처럼 강점과 약점은 조율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가진 기질을 잘 조율하면 강점으로 그렇지 못하면 약점이 되기 마련입니다. 자신의 약점으로 실수를 하게 됐을 때, 불필요한 고통을 추가로 주는 자책과 후회는 멈춰야 합니다. 다만 성찰과 현재에 몰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