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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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욜로족, 파이어족? 내 인생 맞춤 00족!

O:nle 2020. 6. 20. 12:56

“욜로족도 파이어족도 아니에요. 일은 하기싫지만 원하는 백수 생활을 하기위해 필요한 만큼만 일합니다. 사실 기초생활수급자가 꿈인데, 부모님이 돈을 벌고 계셔서 어렵네요.ㅎㅎ 6개월 정도 일하면 3개월 넘게 쉬고, 1년 일하면 6개월 이상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위해 가급적 소비는 줄이고 정말 원하는 데 돈을 쓰고 있어요.”

밀레니얼 세대의 청년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꿈이라는 청년을 상담하다 만났습니다. 정확히는 기본소득을 받으며 살고 싶은 백수가 꿈이지요. 이 청년은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않고 지금처럼 살면 미래가 없단 얘기를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수 없이 들었습니다.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들은 괴로워하면서, 꾸역 꾸역 회사에 나간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저 길을 가야만 하나’ 수 없이 자신에게 질문했답니다. 이 청년은 지금 후회할 길을 가고 있을까요?

욜로족이란 말이 있습니다. you only live once. 한 번 뿐인 인생을 자기주도적으로 살며 ‘현재’를 제대로 즐기려는 문화입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수단으로 쓰지 않는 것이지요. 이후에 ‘파이어족’이란 이름으로 욜로족과 대조적으로 설명되는 새로운 문화가 나타납니다. 돈을 벌기위해 하는 일을 되도록 빠르게 끝내려고 합니다. 젊은 나이의 은퇴를 꿈꾸며 투잡, 쓰리잡을 갖습니다. 소비는 최대한 줄이는 ‘미니멀 라이프’를 선호하지요.

욜로 문화의 본질은 ‘망설임 없이 소비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에선 욜로를 외치며, 소비를 조장합니다. 그러다보니 소비를 최소화하는 파이어족과 욜로족은 대조적으로 보입니다. 또 ‘현재’에 목적이 있는 욜로족과 달리 파이어족은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욜로족에게 ‘일’은 현재 내가 원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당장 그렇지 못하다면 퇴근 후 원하는 일로 일상을 채웁니다. 파이어족에게 일은 ‘돈을 벌기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일이 없는 삶을 위해 미래에 해야할 일까지 현재 몰아서 하고 있죠. 이렇듯 두 문화는 조금씩 달라보입니다. 그러나 큰 틀안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스스로 원하는 삶을 설계하고 실행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만난 청년은 명확히 욜로족과 파이어족도 아닙니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조율해 일상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일을 구하기에 꽤 괜찮은 스펙을 갖고 있었지만 ‘일’에 대한 기대감이 없습니다. 일은 오직 돈을 벌기위한 수단이죠. 가장 좋아하는 일은 책을 읽고 학습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철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 일을 하기에 백수는 최적이었다고 합니다. 시간 부자이며, 순수하게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학습하고 결과물도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도출합니다. 그래서 청년은 일하는 데 쓰는 시간을 최소화했습니다. 소득이 적다보니 소비를 최대한 줄여서 생활합니다. 사회가 제공하는 공공재를 잘 활용하지요. 부모님 댁에 함께 살고 있으나, 20살 이후로 단 한번도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본 적 없다고 합니다. 스스로가 이 삶에 만족한다면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제시한 기준이 청년의 자존감을 낮춥니다. 일차적으로 가장 가까운 가족의 시선이 그러할 테지요. 그 기준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기준으로 옮겨져,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는 일이 점점 버거워집니다.

이 청년은 삶의 주인으로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쾌하게 알고, 좋아하는 것을 하기위해 스스로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누구나 알만한 기업에서 오래 근무할 직업을 찾는 것보다 자신의 인정욕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소할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이 것이 새 직업을 갖는 것보다 힘들고 괴롭다면 아마 또 다른 목표를 세워야겠지요. 다만 ‘일하지 않는 나’에서 가치를 찾지 못하면 결국 타인의 인정을 위해 일하고 경쟁하게 됩니다. 우리 중 백수가 되기위해 이따금 일하는 이 청년보다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 자신 또한 확신에 차 ‘yes!’라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이 청년의 짐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려면, 개개인이 자신을 위한 00족으로 살아가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욜로족, 파이어족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출현하는 것을 반갑게 여깁니다. 그 중 정답은 없습니다. 자신만의 00족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