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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남들은 열심히인데, 나만 의지박약?

O:nle 2020. 6. 9. 16:55

"퇴근하고 뭘 하려고 해도,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매번 새로운 걸 도전하자고 다짐하지만, 작년과 올해가 다르지 않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네요. 다른 사람들은 퇴근 후에 부지런히 운동하고, 학습도 하고 연애도 하던데... 지금처럼 멈춰있기만 하면 제 삶이 바뀌지 않을 거란걸 알아요. 근데 게으름이 절 놔주지 않네요."

 

무언가를 하기위해 쓰는 에너지가 많이 들까요? 무언가를 하지 않기위해 쓰는 저항 에너지가 많이 들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어떤 에너지도 쓰이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저항의 에너지는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예로 음식을 먹는 행위보다 먹지 않고 견디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쓰이지요. 다이어트를 성공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생각도 몸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려고 노력합니다. 생존의 법칙이죠. 인지적 구두쇠란 말도 있는데요. 최대한 두뇌의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입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보다 더 힘이 드는 일이라면- 우리는 이따금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할 때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변화를 다짐하는 순간, 그런 나를 저지하고 막아서는 것 또한 나의 의지입니다. 삶의 변화를 희망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게으름 피우는 나에게 질타해본 경험이 있다면 다시금 나를 살펴봅시다.

 

의지에 기대지말고 체력에 기대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네가 후반에 종종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귀가 더딘 이유, 모두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변화를 희망하나 시작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일단 시작하라!'는 조언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주체성을 갖고 무엇을 하기로 선택하든, 하지 않기로 선택하든 체력이 있어야 합니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한 무기력에 젖어듭니다. 이를 두고 정신력(의지)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면 안됩니다. 정신력은 보조배터리와 같습니다. 위급시 사용하는 것이지요. 정신력으로 무리한 행보를 하다보면 결국 탈이 납니다. 정신력까지 바닥내 한계점에 닿아 병이 생기기도 하지요.  

 

자아고갈이란 심리적 용어가 있습니다. 자기 통제력과 관련된 내용으로 의지가 바닥나면 저항 수준이 낮아져 감정에 기대 사고하고 판단한다고 합니다. 체력에 기대되, 정신력에 기대지 마세요. 체력이 바닥나 정신력을 쓰고 있다면, 만족할만한 판단과 선택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배터리가 나간 시계가 멈추는 일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무기력으로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와 주체적으로 무엇을 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은 어떤 차이가 있나

 

새로운 경험이란, 꼭 무언가를 실행(Do)해야 할까요? 무언가를 하지 않아 경험하게 되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보통은 일상에서 불안감이 생기면 사람들은 정확한 목적 없이도 분주한 행위를 통해 불안감을 잠식시키려 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 딜레마'가 그러합니다. 일상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 삶이 무료하다고 느낄 때. 이 불안을 해소하고자 취미생활을 찾고 새로운 모임에 참여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등. 생산성을 높이기위한 행위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분주함으로 운좋게 삶의 의미를 찾게 되거나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될 경우, 균형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분주한 행위만으로 불안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대게 분주한 행위는 체력을 고갈시키고, 다시 멈춰버린 자신을 의지부족으로 탓하는 수순을 밟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과 자아고갈로 정체된 무기력을 갖는 것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그건 스스로가 느낄겁니다. 자발적으로 하지 않을 것을 선택한 사람은, 무언가를 하지 않는 자신의 경험(삶)을 수용합니다. 자발적 선택이 아닐 경우 불안은 지속되고 현재의 삶을 부정합니다. 뭔가를 실행하지 않는 '나'를 게으르고, 의지박약의 나약한 존재로 규정짓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존감이 낮아집니다.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기비난이 이어지면 반성을 통해 행동수정이 될까요? 행동하는 나의 모습은 더 멀어지고 맙니다. 스스로를 비난한 것으로 대가를 치루며 행동을 뒤로 미루기 때문입니다. 행동하는 것보다 스스로 비난하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당신은 정말 게으르기만 한가요?

 

보통 갭이어 기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경우, 목표한 바를 행하지 않을 때 '게으른 나'를 미워하고 책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퇴사하고 나면 해외여행을 꼭 가려고 했었는데, 못했어요' '이번 기회로 자격증을 따려고 했는데, 시간이 그냥 지나버렸네요' ‘올해는 외국어 능력키워서 승진하고 싶었는 데, 학원비만 내고 못나가요’

지금까지 우리는 늘, 언제나, 그렇게 무기력하고 게으른 상태로 살아왔을까요? 열정을 다해 무언가 최선을 다한 경험이 더 많을 겁니다. 그게 일(work)일 수도 있고, 연애일 수도, 취미생활일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열정적이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합시다. 언제든 그 열정은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한시적인 회복기간에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는 일 없길 바랍니다.

 

“나는 00할때, 참 열심히 최선을 다 한 경험이 있어. 지금 잠시 숨고르기 중이야. 더 좋은 선택과 기회를 갖고자 당분간은 무언가를 하지 않기로 했어. 더 중요한 일을 기대하고 있거든.스스로를 미워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말고, 무리되지 않게 차근히 나아가자”

 

위 글처럼,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속도로 행하면 됩니다. 만약 과거의 경험이 트라우마가 돼, 미래에 내가 할 경험을 제한하고 있나요? 고질적으로 반복된 선택을 하며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면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심리상담사를 찾아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디면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