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복귀냐, 퇴사냐 그것이 문제로다 본문

내-일의 고민

복귀냐, 퇴사냐 그것이 문제로다

O:nle 2020. 4. 9. 02:28

"회사에선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3개월밖에 내주질 않아요. 이제 곧 복귀날짜가 다가오는데 친정이나 시댁, 어디에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요. 지금 복귀하지 못하면, 경력단절여성으로 일을 다시 못할까봐 걱정이기도 하고, 다시 일을 하더라도 전보다 나은 조건으론 일하지 못할 거 같기도 하고요. 아이가 너무 어린데, 이런 시국에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불안합니다. 10년 넘게 일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는데, 일 없이 집에만 있으니 무료해지고 우울감도 생겨요. 같이 일했던 동료들과 카톡으로 얘기하다보면 그사이 변한게 많은 거 같아, 복귀가 늦어지면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들어요. 너무 복잡해요."

 

코로나19 바이러스(이하 코로나)로 팬데믹이 선포되었습니다. 그 결과 일을 멈추게 된 사람이 있고, 더 많은 일을 해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에게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대면상담을 더이상 하지 않고 온라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지요. 요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휴원해 자녀돌봄 때문에 고민하는 맞벌이 부부가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워킹맘들의 퇴사 고민을 자주 만납니다. 그리고 육아휴직이 끝나가는데 이 시국에 복귀해야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여성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사례자와 같은 고민,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겁니다. 주로 느끼는 공통적 불안감이 있습니다.

 

복귀해야할 근거
- 일로부터 소외, 경력단절될까봐
- 휴직이 향후 자신의 커리어에 악영향을 미칠까봐(승진, 더 나은 곳으로 이직의 기회 박탈)
- 성장 부진, 능력 도퇴될까봐
- 맞벌이 부부에서 외벌이로, 경제적 부담이 클까봐
- 지치는 육아에서 벗어나기위해

 

일을 멈추고, 돌봄을 해야할 근거
- 엄마의 부재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봐(불안한 애착형성, 잔병치레를 많이 할까봐)
- 아이를 신뢰하고 맡길 곳이 없어서(아동 폭행하는 어린이집 또는 돌봄도우미들을 언론을 통해 접함)

- 일이 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위해

 

이것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저 또한 이런 이유로 고민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고민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내가 가진 고민을 저렇게 나열해 보는 것입니다. 나열해보면 복잡하고 무겁게만 느껴졌던 고민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고, 정돈됩니다. 그 중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불가능한 것을 분리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동폭력을 당할까봐 같은 불안, 이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고민은 더이상 발전시키지 않고 통제 가능한 것들에 집중합니다.

 

이제 내 삶의 핵심가치에서 멀게 느껴지는 것들을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승진이나 이직의 기회를 잡는 것이 본인에게 크게 중요치 않을 수 있습니다. 또는 소득이 줄어드는 것이 큰 위험으로 느껴지지 않는 사람에겐 선택의 근거로 삼기 불충분할겁니다. 이렇게 정리하다보면 우선순위가 일부 정해집니다.

 

이제는 내가 가진 인지적 오류를 짚어봐야합니다. 첫 번째는 일로부터 평생 소외될것이라는 재앙화입니다. 미래에 대한 결과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추론하고 최악의 상황을 단정짓는 오류패턴 입니다. 다시 노동자가 되는 것은 개인의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합니다. 경력보유여성 중 일부는 자발적 실업자입니다. 이전 경력을 살려 취업하든, 기존 경력과 무관한 새로운 일을 시도 하든 구직의 의사가 명확하고 꾸준히 시도한다면 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구직 기간이 상이하겠지만, 자신의 목표나 기준을 명확히 한다면 아이를 돌본 경험이 있다고 평생 일을 못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잠시 타율노동을 멈춰 도퇴되거나, 현장에서 일하던 감을 잃을까봐 갖는 두려움, 의미확대입니다. 같은 직무로 2년 이상 일했다면 대략적으로 알겁니다. 내가 육아휴직을 하지 않고 계속 일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 지 그려질 겁니다. 직무나 직책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하는 일은 반복적이기 마련입니다. 아마 본인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그 일을 하고 있겠지요. 그 일을 잠시 멈춘다고 성장하는 데 극심한 손해를 보게 될까요? 타율노동은 멈췄지만, 육아로 일은 계속됩니다. 실상 육아을 하면서 누군가를 돌보는 경험은 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합니다. 폭넓은 이해와 서번트 리더쉽을 향상 시킵니다.

 

세 번째, 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되고 나면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것, 이러한 해석을 갖게 된 이유로 몇몇 지인들의 사례가 작용합니다. ‘아이 낳고나니, 들어가는 돈이 매달 상당하더라. 남들보다 더 좋은 걸 해준것도 아니고 평균적으로 먹이는 분유 사고, 평균의 기저귀 쓰고, 평균의 유모차 사도 감당하기 힘들다더라’ 이런 얘기를 한 두건 듣고나면 '일이십만원도 아니고 소득이 일이백 줄게되면 절대 이전같이 생활할 수 없을꺼야'라고 생각합니다. 과일반화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바침하기위해 편향된 사례에만 귀기울이고 일반화 시킵니다. 반대로 엄마가 복귀하면서 ‘어린이집을 일찍 간 아이들이 키가 작다더라, 정서적 불안감이 커서 퇴행이 일어난다더라. 늘상 항생제를 먹여야 한다더라’ 이 또한 과일반화 입니다. 이처럼 자신이 가진 주장에 인지적 오류는 없었는 지 확인해 봅니다.

 

선택에 앞서 절대 잊지 말아야할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입니다. 현재 복귀해서 일하는 것이 싫다면, '별정직인데 육아휴직 썼으니 정규직 일자리는 물건거 갔다' '아이가 자주 아플지도 몰라' 등을 절대적 이유로 꼽는 것을 지양합니다.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프레임을 씌우면 지금 당장은 맘 편할지 모르나 육아를 하면서 불행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육아에서 벗어나 일을 하고 싶다면 '지금 복귀하지 않으면 앞으론 일하지 못할거야' 혹은 '지금 돈을 벌지않으면 내 아이가 불행해져'라고 근거 삼는 일을 조심해야합니다. 자신의 삶에서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 됩니다. 육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육아는 아이가 아닙니다.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환경을 뜻합니다. 나쁜 엄마란 죄책감을 가지면 슈퍼우먼이 되려고 무리할지 모릅니다. 직장과 가정, 어느 한 쪽에서도 만족을 얻기 힘들어집니다. 불행한 엄마는 아이를 건강하게 기르기 힘듭니다.

 

당신을 보다 당신답게 하는 선택은 무엇인가요?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스스로를 책임져봅시다. 세상의 모든 엄마를 응원합니다.


천천히 생각하기

1. 나를 위한 선택의 결과, 내가 감당해야할 불안요소는 무엇인가?

2. 그 불안요소가 실제 일어났을 때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3. 불안요소를 줄이기 위해 내가 미리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복귀하지 않고 육아에 전념하기로 했는데 외벌이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면, 소득이 줄어든 만큼 어떻게 소비패턴을 변화시킬 것인지 혹은 소득을 다른 방식으로 늘릴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한다. 적금을 깨 6개월간 나눠 사용하며 고정지출비를 점차 줄인다. 줄일 수 있는 고정지출비를 확인하기위해 가계부를 작성한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