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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아버지 원대로 살고 싶진 않지만, 원해도 살 수 없어요

O:nle 2020. 4. 2. 15:01

"아버지는 사무 업무를 했으면 하세요. 가급적 공공기관이었으면 하고요. 그런데 전 바텐더 일를 하고 싶어요. 일본 유학시절 잠시 그 일을 한 적 있어요. 해외에서 일하면 전 바텐더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바텐더일을 하면 안좋게들 보니까... 계속 공공기관에 지원하고 있지만 취업이 힘들어요."

 

지금의 밀레니얼세대는 그전 세대보다 해외여행이나 유학, 어학연수 등으로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 많습니다. 해외에서 언어장벽으로 의사소통이 안돼 농사일을 하거나 식당에서 청소를 하고 공장에 나가 단순 노동을 했습니다. 정직하게 일한만큼 벌고 그 돈으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며 살았다고 합니다. 이런 경험을 가진 청년들은 취업 시장을 국내로 제한두지 않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말을 곧잘 합니다. 그런데 국내 취업을 할 경우와 해외취업의 경우,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확연히 나뉩니다. 해외에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보다 자유로워 집니다. 타인의 인정보다 개인의 만족을 최우선에 두다보니 '일자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위 사례자는 워킹홀리데이비자를 낼 수 있는 마지막 시점에 일본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일본어는 능숙하지 않지만 영어와 한국어로 관광 서비스 직종에서 주로 일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바텐더로 근무할 기회가 생겼는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낯선사람의 말벗이 되어 작은 위로를 줄 수 있는 직업이 매력적이었다고 합니다. 밤 낮이 바뀌고, 과음한 진상손님들도 만나지만 그런 단점들을 덮을만큼 장점이 컸다고 합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공공기관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사무업무를 계속 해왔습니다. 그 일은 아버지 말처럼 편안합니다. 그래서 원하기도 했지만 경쟁율이 높아서 쉽게 가질 수 없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기위해 노력할만큼 좋아하는 일도 아닙니다. 저와 상담을 시작했을 땐 계속 일반 사무업무를 지속할지, 바텐더가 되기위한 준비를 시작할 지, 고민할 시점이었습니다.

 

몇가지 질무을 해보았을 때 청년에겐 이미 정해진 답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확신을 위한 검증의 단계로 상담을 받았죠. 한국에 돌아와 마음에 드는 컨셉의 바를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그 중 단골 가게가 생겼고 바텐더로 일하는 사장님과 친분을 쌓았습니다. 그분에게 바텐더가 되기위해 자신이 준비하면 좋은 것들을 묻고, 일본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도 살펴봤다고 합니다. 이 청년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알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열정적인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은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걱정어린 시선으로 봅니다. 저는 그 청년에게서 신뢰감가는 의지를 보았습니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요구하는 것에 최선을 다했음을 보이고 싶어 했습니다. 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면서 아버지의 요구를 거절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하겠다고 할 순 없습니다. 성인으로서 아버지와 대화하기위해 우선은 경제적 자립을 시작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바텐더로 당장에 돈을 벌 수 없었고, 조주사로 자격증을 따기위한 학습하길 희망했습니다. 바텐더 직업이 좋았던 이유와 유사한 일을 찾아보되, 진입장벽이 낮은 일로 구직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커피전문점에서 근무하게 됐습니다. 그 일을 하면서 조주사가 되기위한 공부를 하고, 부모와 대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결국 부모는 자녀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부모의 행복과 자녀의 행복 기준은 다릅니다. 그리고 살아온 시대적 배경도 매우 다르죠.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날들은 그들 또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미래(고령화, 저성장, 4차산업 시대)입니다. 자녀들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내 삶의 주도권을 내가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타인이 인정하는 삶이 기준이 되면 결코 만족이란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평범한 삶처럼 높은 기준은 없습니다. 남들 공부할 때 공부하고, 남들 직장가질 때, 남들 결혼할 때, 남들 애낳을 때- 이렇게 남들의 기준을 모두 맞춰야만 '평범한 삶'이 됩니다. 평범함이 주는 안도를 느끼기까지 얼마나 많은 결핍감과 불안감을 가져야 하나요? 이제 자신의 인생을 직접 운전해야합니다. 그래야 후회는 줄고 반성은 깊어지면 만족된 삶을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