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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초2 아들과 봉사활동 하는 이유

O:nle 2023. 9. 9. 12:14

올 여름방학 아들과 했던 다양한 활동 중 봉사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아이의 기나긴 인생을 봤을 때, 지금 수학 문제 하나 더 푸는 것보다 저는 봉사활동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직업상담사로서 20대의 청년부터 60대의 중장년까지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보고 상담을 하거나 교육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맞이한 나라들의 중장년층의 다양한 모델을 책으로 보았습니다. 유연하게 주된 일자리를 벗어나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고 노동의 개념이 변화되는 시기를 보았습니다. 그들의 라이프 사이클은 랜딩을 잘 하고 착륙한 비행기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고공행진으로 속도를 내는것을 끝내고 주변을 살피고, 사회공익적인 일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중년은 주된 일자리를 나오면 절벽으로 밀리는 듯 합니다. 여전히 그 끝트머리에서 연료모드에 경고등이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의 의미를 바꿀 수 없습니다. 위험해보이지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첫번째는 경제적 문제입니다. 그런데 꼭 그것이 전부만은 아니었습니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분들도 크게 다른 노선을 걷고 있지요. 그 이유를 살펴보자면 프로보노나 봉사자의 경력이 전혀 없습니다.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노년에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 그것만이 아닙니다. 요즘 청년들은 앞으로 전혀 다른 3,4가지 이상을 직업을 평균적으로 가지고 살게 됩니다. 그리고 직장은 수도 없이 바뀌겠지요. 그렇게 새로운 직업을 갖기위해 직업훈련을 하고 비기너(beginner)가 되는 순간을 순차적으로 맞이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청년=미숙련가를 뜻했습니다. 미숙련은 청년일때마다 허용되는 일이었지요. 그리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숙련가로 성장하는 루트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40대, 50대에도 미숙련가로 새로운 직업을 시작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미숙련로서 시장에 뛰어들어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는 시도, 이것을 봉사의 영역으로 끝임없이 해야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 연습을 어렸을 때 부터, 삶의 한 축으로 가져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하나, 봉사를 하는 사람이 그 혜택을 받는 사람보다 즐겁고 행복하다고 합니다. 지독한 경쟁사회에서 '자존감을 높이자!'라는 말들 많이 하죠? 자존감은 혼자서만 세우는 게 아닙니다. 이 사회를 더불어사는 인간으로서 자기효능감을 느끼고, 타인에게 자신이 유의미한 존재임을 확인할 때 자존감도 높아집니다. 봉사활동만한게 없지요. 내가 영웅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돈이 많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걷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면 자존감을 지켜내는 일이 그토록 어렵지만은 않을 겁니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선택만으로도 스스로를 꽤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할 근거가 되지요.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 이것은 사람들에게 모두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의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바라는 마음은 어린 아이에게도 있습니다. 어느날 아들과 볶은 땅콩을 까먹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저에게 와 묻더군요. "엄마, 땅콩 껍질 벗기는 거 귀찮지?"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 일이라 저는 '그렇다'고 대답했죠. 아들이 쓰레기통 앞에 앉아 볶아논 땅콩 껍질을 열심히 벗기는 겁니다. 손바닥으로 비틀어 껍질을 한 웅큼 깐 다음에 뽀얀 땅콩을 가져와 다시 말합니다. "엄마 이제 내가 깐 땅콩 먹어!" 뿌듯함이 아들의 온몽에서 퍼져나옵니다. "엄마가 하나씩 까 먹어도 괜찮은데, 힘들게 왜~"라고 말하자, "뭔가 엄마한테 도움이 되고 싶은데 땅콩 까는 건 내가 잘 할 수 있어."라고 말하더군요.  그순간 자신은 엄마를 위해 봉사한 꽤 훌륭한 아들이 되었습니다. 

 

저와 제 아들은 앞으로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맡아왔고 앞으로 새로운 역할도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다양한 이름을 받습니다. 지금까지 딸, 학생, 직장인, 상담사, 아내, 엄마, 친구, 이웃, 학부모 등의 이름이 있었죠. 제 아들도 앞으로 그럴겁니다. 그 사이에 '봉사자(volunteer)'란 이름이 꼭 하나 들어가길 바라며 지금부터 함께 합니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아들이 봉사에 흥미와 즐거움을 가질 수 있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운영하는 봉사 프로그램을 찾아 신청했습니다. 처음 한 봉사경험이 다시 '2번째'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탄소중림캠프에 참여하거나, 자선마라톤에 참여하는 등. 매력적인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그런 다음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봉사활동을 찾아보았습니다. 각 지역별로 자원봉사센터가 있습니다. 또는 1365자원봉사포털을 이용하면 사는 곳 근처에서 참여할만한 봉사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환경문제, 인권문제,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해소하기위해 운영되는 단체들을 찾아보고 관련 봉사활동에 참여하였습니다. 지역단체에 아이 이름으로 후원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 기관이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정보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이면 더더욱 좋지요. 이제 아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칭찬도 듣고, 형 누나들과 '함께'하는 즐거움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름방학 때 아들은 구구단을 9단까지 외워보기로 했습니다.(2학년 2학기부턴 곱하기를 배우는데 반에서 구구단을 못 외우는 친구는 아들 포함 3명 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ㅠ) 그런데 못했습니다. 대신 봉사활동은 꽤 참여했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순서만 조금 다를 뿐이라 생각합니다. 다가오는 2학기부터 구구단을 외우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