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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학원은 어떨때 보내야할까?

O:nle 2023. 8. 29. 12:32

엄마들끼리 얘기하다보면 꼭 나오는 주제가 있습니다. "학원 어디 보내세요?"하며 사교육과 련된 정보를 공유합니다. 그럴때마다 사실 저는 할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태어나서 지금껏 받은 사교육은 수영 수업이 전부입니다. 흔한 학습지 한 번 해본 적 없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이가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제가 선행학습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다른 어머니들이 말합니다. "학원 안다녀도 잘하나보죠~" 아이가 공부를 잘 하냐고 묻습니다. '잘'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 있겠지요. 저는 제 아들이 공부를 잘 한다고 생각합니다. 궁금한 건 찾아보고, 물어보고, 배운 것은 삶 속에서 연결시킵니다. 그런데 학업 성적으로 얘기하자면 썩 잘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학교에서 단원평가 결과를 가져오면 보통 절반 정도의 점수를 받아옵니다.

반대로 제가 학부모들에게 물어봅니다. "왜 학원을 보내세요?"

"평균은 해야 아이가 학습에 흥미를 놓치지 않을꺼 같아서, 1등하라고 학원보내는 게 아니라 평균만 하라고 보내고 있어요."라는 답이 많습니다. 그 밖에 '공부도하고 친구도 사귀라고' '내가 알려줄 수 없는 부분이라' '집에서 게임하고 있느니, 뭐라도 하나 배우라고' '아이의 시간을 유익하게 채우려고' 등과 같은 답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나서 학원을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왜 지금 다니는 학원을 다니니?"라고 물었습니다. '공부를 못해서요' '엄마가 다니라고 해서요' '어렸을때부터 다녔던 데에요' 등과 같은 답변을 얻었습니다. 제가 물어본 아이들이 몇명 되지 않아 '재밌다'거나 '배우고 싶어서'와 같은 답은 못얻었지만 분명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눈을 떠보니, 학교보다 학원을 먼저 다니고 있었던 우리 아이들에게 학원은 이제 루틴이 된듯 합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실제로 전세계 중 선행학습을 했다고 답한 아이가 가장 많은 나라는 대한민국(87.5% )입니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위해서 입니다. 이에 반해 적성과 흥미를 찾고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하기위해 공부한다고 말한 답변은 19.1%에 해당됩니다. (ebs 교육격차 5개국 청년 인식조사, 2022)   

최근 단짝 친구가 없어 심심하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학원을 보내야하나? 고민을 잠시 한 적 있습니다. 본래 제가 가진 생각은 (이유 막론하고)'아이가 원할 때 시킨다!' 그리고 '학교 정규수업이나 방과후수업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체험하도록 도울 때 사교육을 활용한다'라고 정리했습니다. 아이가 어떤 이유였건 배우고 싶어할 때, 사교육을 시킬 생각입니다. 물론 경제적 여건 내에서 입니다. 그런데 친구와 놀고싶지만 학원에서 놀고 싶진 않다네요. 그래서 더이상 권유하지 못했습니다. 안달복달, 내 돈 줘가며 아들에게 '학원을 가달라고' 요청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어떨땐 아이가 원치 않지만 다양한 활동을 사교육을 통해 해보도록 권유할 때도 있습니다. 잘 모르는 분야를 체험할 수 있도록 넛지 효과를 일으키는 겁니다. 그렇게 함께 봉사활동도 하고, 공연을 보고, 전시회를 가고, 운동을 해보고, 여행을 합니다. 물론 이런 활동도 사전에 아들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일회성이라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멍하니 tv를 보고 있는 아들을 보고있자니 '쟤를 그냥 저렇게 둬도 괜찮을까~' 고민에 빠집니다. 그럼에도 제 기준을 고수하는 이유는 지금의 제 아이에게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걸 억지로 하는 법이 없습니다. 자신이 선택권을 뺏기게 됐을 때 그 무엇보다 싫어하지요. 청깨구리기질이 다분합니다. 저를 닮았나봅니다. 책을 읽을 때도 제가 골라준 건 안 읽습니다. 본인이 사달라고 해서 읽은 건 끝까지 읽고, 2번 3번도 읽습니다. 

어느날 학교에서 승마 교육을 희망자 내에서 실시한다고 했습니다. 아들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너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엄마라면 한 번은 해볼꺼 같애"라고 말하자 아들이 말했습니다. "나는 엄마가 아니잖아." 그래서 별도로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아들은 좋아하는 친구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친구가 갑자기 승마를 배우러 가는 날이라며 놀이터를 떠났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엄마 승마 신청 언제해? 나 배울래."  그래서 다음 해엔 승마를 배워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공부에 재능이 없습니다. 그래서 속셈학원을 열심히 다니며 평균 정도 공부했습니다. 평균정도 공부한다고 학업에 흥미가 있지 않았습니다. 한다고 하는 데도 평균밖에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흥미는 더 떨어지고,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자니 불안해서 학원을 다녔지요. 학원을 다니고 몸이 피곤하면 그걸로 할만큼 했단 생각에 맘은 편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평균만큼 배운 것들이 지금의 제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흥미 있었던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풍유를 즐깁니다. 그리고 새롭게 배우고 싶은 게 있을 때면 주저없이 찾아보고 더 알기위해 노력합니다. 어렸을 때 뭐 하나 딱히 잘 하는 게 없었지만 그런 제가 밉진않습니다. 그리고 잘 하고 싶은게 생기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가 배우고 싶은 게 있을 때, 자기 욕구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표현할 주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행동으로 이뤄보는 소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남의 기준이 어느덧 자신의 기준이 되거나 남의 목표를 자신의 목표를 삼는 일이 적었으면 합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오늘도 tv앞에 앉아있는 아들을 봅니다. 불안한 제 마음과 괜찮다는 제 마음이 울그락불그락하지만 제 불안은 저의 것. 아들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노력해봅니다. 쉽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