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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아들,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낼꺼야?"

O:nle 2023. 8. 29. 14:01

2번째 여름방학입니다. 이번 여름엔 학교 내부 시설 공사로 방과후수업도 진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온전히 4주의 시간이 아들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삼식이와 함께 24시간을 함께하게 생겼습니다. 아들과 이번 여름엔 어떤 걸 해볼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첫번째, 선생님이 내준 과제는 무조건! 두번째, 봉사활동과 체험활동 세번째, 가족여행 다녀오기로 정했습니다. 선생님이 내 준 과제는 ebs방학생활 시청, 일기쓰기, 부족한 학습하기 입니다. 아들은 부족한 학습으로 수학연산문제를 하루 2장씩 풀기로 선정했습니다. 두번째 다양한 체험활동과 봉사활동을 때에 따라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숲체험을 하고 미술관을 가고, 강의도 듣고, 캠핑을 가고,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세번째 친인척들과 만나 물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끼리는 서울나들이를 갔지요. 아들과 꽤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회적으로 끝나다보니 대부분의 시간은 집에서 자유롭게 보냈습니다. 
 
저를 포함한 보통의 현대인들은 늘 시간이 부족한 삶을 삽니다. 그러다 시간의 결정권을 온전히 갖게 됐을 때, 대부분 그 시간을 힘겨워합니다. 특히 소속없는 백수가 되었을 때 그러합니다. 이럴때 3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하지않으면 뒤쳐질꺼란 두려움으로 빽빽하게 일과를 채우는 사람. 다만 중요한 것이 빠진체 바쁘게 사는 유형입니다. 두번째는 그 어떤 것도 시작하지못한 채 정신적으로만 과부하가 걸린 사람입니다. 액션이 없어 스스로를 질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은 자신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성실히 실천하면서 여유를 갖는 사람입니다. 저는 주로 머리로 고민만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중요한 걸 놓치고 바쁘게 움직입니다. 그러다 지쳐서 중요한 한 가지를 찾아내는 사람입니다.

아들의 삶에서도 몇 차례씩 시간의 통제권을 본인이 갖게되는 시기를 만날겁니다. (요즘 자신의 장래희망을 백수라 말하는 거 보면 자주 만날지도 모르겠습니다.ㅠ) 그때마다 불안감은 줄이고, 자신의 것을 차근히 해내도록 힘을 길뤄주고 싶습니다. 그것은 결국 '시간을 쓰는 습관'입니다. 학교, 학원을 가지 않는 이번 여름방학은 시간 관리법을 배우기에 적기입니다.
 
아들에게 매일 아침 식사 시간이 끝나면 늘 질문했습니다. "아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꺼야? 엄마는 오늘 글을 한 편 쓸거야. 그리고 장보는 게 오늘 해야야할 가장 중요한 일이야." 그럼 아들은 오늘 자신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정을 한 가지 말합니다. 가급적 그 일을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할 것을 추천하고 저는 그렇게 행동합니다. 아들은 tv를 보다가 미루고 미뤄 그날 못할 때가 있고, 눈을 뜨자마자 실행해서 그 일을 빨리 이뤄낼때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는 중이지요. 어떨 때 가장 즐겁고 기분좋게 자신이 하기로 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지 찾아내는 중입니다. 
 
오늘은 수학연산 문제를 4장 풀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tv를 먼저켜서 보았습니다. 
 
아들: "엄마, 책은 한 권 다 읽고나면 스스로 멈출 수 있는데 tv는 끝이 없어. 멈출 수가 없어. 그래서 해야할 일을 못하게 돼."
엄마 : "엄마도 똑같아. 그래서 tv보기는 중요한 일을 먼저 끝낸 다음 보거나 아니면 타이머같이 멈출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거야." 
아들: "근데 타이머를 보고 있으면 짜증이나. 불안해서 재미있게 볼 수가 없어. 우리 학교에서 그네를 탈 때 옆에서 기다리는 친구가 있으면 딱 30번만 타고 그 다음친구한테 양보해야하는 규칙이 있거든! 근데 내가 그네 타는데, 옆친구가 숫자를 세기 시작하면 그네가 하나도 재미없어. 그것처럼 난 타이머가 싫어. 어떡하지?" 
엄마 : "tv나 게임은 그렇게 만들어졌어. 멈출 수 없게. 너만 그런게 아냐. 그래서 어른도 통제하기 어려워, 유튜브도 그래. 그래서 선택해야해. 타이머는 너를 도와주는 도구지. 널 괴롭히는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을 바꾸거나, 아니면 tv를 켜기 전에 중요한 일을 먼저 시작하는 게 좋아. 오늘은 어떻게 해볼래?" 
아들 :  "일단 tv를 3시까지 보고 수학문제집 풀어볼게. 만약에 내가 3시 넘어서도 계속보고 있으면 엄마가 혼을 내도 좋으니까 그때 나한테 얘기해줘. 타이머는 싫어."  
 
3시가 넘어서도 tv를 보던 아들에게 이제 수학문제집을 풀라고 얘기했습니다. 본인이 혼내도 좋다고 하더니, 짜증 피우지않고 tv를 끈다음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징징거리며 하긴 했지만 결국 4장을 끝마쳤습니다. 내일 또 물어볼겁니다. "아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낼꺼야?" 덕분에 저도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듯 합니다. 이렇게 아들과 함께 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