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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경력단절 후,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바꾸는 한 끗

O:nle 2023. 8. 25. 18:50

"경력을 살려 일하는 건 육아를 함께 해야하는 저에게 무리에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버거운 일이에요. 그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볼까 고민하는데... 1,2년 하다 그만둘 일이 아니라, 앞으로 쭉~ 이어갈 직업을 갖고 싶은데, 그런 전문직일을 하려면 관련 학과를 들어가 다시 공부해야하지 않을까요? ... 공부하지 않고 바로 할 수 있는 일도 있겠죠~ 체인점을 한다거나 뭐... 근데 제가 돈이 많아서 가게를 하나 오픈 한다고 해도. 그 일을 제가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고요. 너무 복잡해요."

 

경력보유여성들이 주로 하는 고민입니다. 많이들 공감하실 겁니다. 기존 경력을 살려 다시 사회에 진입하자니, 사회에서 경력보유성의 가치를 후려쳐 계산합니다. 20대엔 경험을 쌓아야하는 입장이니 열정페이도 마다하지 않고 일했지요. 하지만 경력보유여성은 상황이 다릅니다. 열정페이를 내가며 사회에 재진입하기 어렵습니다. 그 피해를 내 가정, 내 자녀가 감당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새롭게 일을 꿈꿔봅니다. 익숙하지도 않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데 대부분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지요. 경력을 갖고 있던 기존의 일을 다시 해도, 현장에서 멀어진지 오래된 기분에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기 힘들죠. 하물며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을 하는 데 오죽하겠어요. 그럴 때 저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기위한 응원보다 사실을 '설명' 합니다.

 

당신의 두려움은 당신만의 것인지, 당신이 학사나 석사를 준비해야할지 고민하는 이유, 그리고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현재 경력단절을 맞은 여성들의 나이는 보통 80, 90년생일 경우가 많습니다. 2021년 기준 한국 여성이 첫 아이를 낳는 평균 나이는 33세입니다. 2023년 기준, 1990년생이 33세에 해당됩니다. 첫 출산 또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80, 90년생이 경력단절녀에 해당됩니다. 그녀들이 진로를 찾아 직업을 갖게 된 루트를 보면 대부분 대학을 졸업해야 했습니다. 전공을 그대로 살리지 못할 확율이 컸지만, 대학졸업증과 스펙쌓기를 통해 취업에 문을 열었습니다. 그녀들에게 '전문가'가 되는 수순은 대학교입니다. 지금보다 학벌이 중요한 시기에 성인식을 마쳤던 세대입니다. 관련 분야에 학위를 받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현장읙 경험을 쌓는 것이지요. 

 

 

하지만 다양한 기술의 변화로 전문가의 정의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만이 셀러가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 전문 유튜버로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들은 어떤가요? 그들이 여행을 시작한 것은 관광학과를 나왔기 때문이 아닙니다. 흔히들 말하는 '중심 컨텐츠'를 쌓기 전, 그 시작점에서 학벌과 학위가 필요한 분야는 매우 적습니다. 대다수의 분야는 학위와 상관없이, 자격증과 상관없이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작점에서 관련 자격증이 없어서 혹은 관련 학위가 없어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분이 많습니다. 중요한 건 사실 '자신감'입니다. 학위나 자격증도 자신감을 얻기위한 수단이지요. 

 

자신감이 없는 이유는 당신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최근 유퀴즈에서 배우 김희선이 나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신 적 있나요? 연기대상을 수상했던 슈퍼스타였습니다. 여전히 예쁜 미모로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요. 그런 여성도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좋은 작품 만나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아이를 낳고 집에서 육아하는 나는 '예쁘다'는 것 말고 나는 대중 앞에 무얼 보여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했다고 하지요. 여자라면 누구나, 출산 이후 다시 노동자의 자리로 복귀할 때 이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 불안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자신감으로 바꿀 수 있는 게 한가지 있습니다. 바로 '매일 실행하기'입니다. 

 

실제 상담을 했을 때, 새롭게 시작하려는 비기너 중에서 관련된 경험과 자격증이 일절 없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기술혁신으로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음을 예시로 알려드립니다. 어떤 분들은 빠르게 출발합니다. 어떤 분들은 더 오랜시간 망설이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분명 두 사람 다 두려움을 갖고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단 한 가지였습니다. '두려움을 느낀 다음, 오늘 하루 무언가를 했는 가?' 하는 차이입니다. 거창할 필요도 없습니다. 창업 준비를 위해 책 한장을 읽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체력이나 몸매를 관리하거나 외국어를 학습하거나. 자신이 평소 하는 활동에 목적을 부여하고 규칙적으로 해내는 것입니다.

 

만약 배우로 다시 복귀하길 바라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정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지요. 똑같이 아이를 키우는 일상이지만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목적과 연결시켜봅니다. '내가 독박육아를 하는 엄마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어떤 감정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날까?'하는 생각으로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주변 엄마들과 대화할때도 연기할 때 도움을 얻기위해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쓰는 어휘들을 곱씹어 보고 기록도 합니다. 겉으로 봤을 때 '육아를 한다'는 것은 변함없이 똑같습니다. 하지만 저런 의식을 두고 육아를 했을 때, '시작해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부족한 자신감을 이겨내고 스타트라인을 끊고 출발합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목적과 관련된 활동이 비워져있다면 주변 사람들이 변하고, 나라가 변하고, 세계가 변해도 스스로를 바꿔내기 어렵습니다.

 

부족한 자신감으로 비롯된 두려움을 깨트리는 방법은 나의 목적과 일상을 연결짓는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