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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민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다

O:nle 2023. 3. 31. 11:41

최근 세컨잡에 대한 얘기를 많이들 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커리어전환을 목적으로 한 서브잡(sub job)에 대해 상담을 해왔습니다. 돈을 벌만큼의 수준이 되지 않을 땐 재교육이 필요했고, 일정 수준이 되었으나 고객을 만날 수 없을 땐 피드백을 받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기위해 프로보노를 디자인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다양한 플랫폼이 있어 적합한 고객을 만나는 채널이 다양하고 편리합니다. 그렇게 세컨잡에 접근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누군가에겐 커리어전환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노후준비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른 방면으로 접근하는 내담자를 만납니다. 수입처를 늘리기위해 세컨잡을 많이들 고민합니다. 예를 들자면 직장을 다니며 한 달에 100만원 '더' 버는 게 주된 목표입니다. 과거에는 본 업을 하면서 부수입을 갖기 어렵습니다. 일단 퇴근을 하고도 개인시간을 당연스레 침범했습니다. 추가 수당이 있건 없건 야근이 생활이었지요.

요즘은 2가지 변화가 생기며 부업을 설계합니다. 첫번째는 근무시간과 개인시간의 분별이 보다 명확해진 사회적 인식 변화입니다. 퇴근 이후의 시간에 업무를 하도록 강요하지 못합니다. 주말을 보장하기위한 노력도 사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두 번째 변화는 다양한 플랫폼개발입니다. 개개인이 자신의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 덕에 하고자하면 일거리는 넘쳐납니다. 이런 문화와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손쉽게 세컨잡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누구에게나 부를 축척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 걸까요? 일부 그런 부분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조금 길~게 보자면 이것이 시간의 격차를 만들고, 결국엔 더 큰 자본의 격차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A씨와 B씨는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A씨는 일이 끝나고 대리운전을 합니다. 그래서 B씨보다 더 많은 돈을 법니다. 추가로 일하지 않는 B씨는 A보다 더 많은 여유 시간을 가집니다. B씨는 본 업을 더 잘 하기위해 시간을 투자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더 날카롭게 연마합니다.  A씨는 사내직원 평균치만큼 성과를 냅니다. 피로는 쌓이고, 자신의 실력을 높이는 데 투자할 시간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누적될 경우, B씨가 만든 결과물은 결국 사회에서 더 높은 가치로 환산됩니다. B씨는 A씨가 직장 급여와 대리운전을 해서 번 돈 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게 됩니다.

사실 제가 든 예시의 결말은 B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A씨가 매달 추가로 벌어드린 자본으로 재테크를 해서 더 큰 수익을 얻을 지 모릅니다. 그런다음 직장을 자진해 그만두고 B씨는 여전히 직장을 다니게 될 가는성도 있지요. 코로나를 겪는 동안 우리는 너무나도 큰 변동성을 보았고, 주식시장, 부동산, 수출시장 등. 규칙에 균열이 생기며 벼락거지나 벼락부자를 보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N데믹이 더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버리면, 오리지널티를 가진 B가 성공할 확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근래 다양한 심부름를 요구하는 사람과 그 퀘스트를 해결해줄 사람을 엮어주는 어플을 보았습니다. 집 근처 올리브영에서 생리대와 마스크팩을 구입해 배송해주는 요청 내역을 보았지요. 시간이 금인 사람에게 품돈으로 더 많은 시간을 저축할 수 있게, 자본주의에 맞춰 열어준 셈입니다. 이렇게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무의미한 일에 자신의 시간을 쓰지 않고 남의 시간을 끌어다 씁니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으로 양질의 성과물을 만듭니다. 결국 누군가는 자신을 위해 하루 27시간을 쓰고, 누군가는 21시간을 사용하게 됩니다. 

“내가 지금 품돈으로 쟤 하늘이 됐어.”
 
더글로리에서 대본을 남에게 맡기던 기상캐스터 연진이가 했던 대사입니다. 자본주의는 이 모든 것이 아름답게 포장해, 고용창출이라고 표현합니다. 서민 노동자 또한 고부가가치를 만들기위해 투자해야하지만 어렵습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다양한 플랫폼이 생기면서 일상이 조각조각 파편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간의 빈곤은 자본의 빈곤으로 이어집니다. 

최근 '경제적 자유'가 목표가 된 젊은 청년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러기위해 소비는 최소화하고 수익을 늘리는 데 집중합니다. 그런데 사무직으로  한 직장에서 9 to 6로 일하고 월급을 받는 것보다 반나절씩 식당 2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더 많은 돈을 번다고 합니다. 이렇게 계산기를 두들겨보고 기존에 하던 일을 그만두는 사례를 종종 봅니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것은 돈이 목표라도 썩 훌륭한 전략이 못됩니다. 현재 내 시간을 팔아 은 1개와 바꿀 수 있다면, 더 많은 시간을 팔아 은 2개와 바꿀 것이 아니라 금으로 바꾸는 데 투자해야 합니다.

요즘 점심시간 ‘디저털 파지줍기‘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저도 해보았습니다. 내 시간을 돈과 손쉽게 바꾸는 최신 기술입니다. 피드백이 매우 빠르고 가시화 되어있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파지줍기로 부자가 되거나 성공했다는 사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나의 하루 24시간을 조각내지않고 잘 지켜내는 일, 그것이 부를 쌓는 첫단계라 생각됩니다.

ps. 파지 주워 커피 사먹는 재미는 꽤나 중독성이 크네요~ ^^ 오늘도 10원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