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텔레비전에서 환경을 위한 공익광고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흥겹게 노래를 따라부르던 아들이 질문합니다.
"엄마 요즘 왜이렇게 환경 얘기를 많이 하는거야?" "80억 인구가 지구한테 부담스러운거 같애. 지구의 한계를 넘어서면 인간이 살수가 없으니까 환경보호하자는 얘길 하는 거 같애." "그럼 인간이 그만 태어나야하는 거야?" "글쎄~ 지구 상에 사는 동물 중에 가장 숫자가 많은게 인간이고, 살고 있는 동물들 대부분도 인간이 먹으려고 키우는 가축이 제일 많아. 야생동물을 별로 없대.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적게 태어난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아. 엄마도 건우 동생은 더이상 안 낳잖아." "난 동생없어도 괜찮아. 좋은 점도 많아."
새해가 되면 익숙하게 보는 첫뉴스가 있습니다. 그해 처음으로 태어난 아이와 부모를 보여주고, 그간의 인구증가율을 바탕으로 미래 추계인구수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사회적, 경제적 재앙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저출산'을 문제화 합니다. 수백년 후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절멸할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킵니다. 과연 그럴까요? 한국을 벗어나 전세계를 중심에 두고 본다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인구는 문제가 없는걸까요? 이런 생각으로 찾아 읽게 된 책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입니다. 이 책은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봅니다. 인구학, 심리학, 임상심리학, 역사학, 동물학, 진화학, 빅데이터와 관련된 전문가들을 통해 새로운 필터를 쓰고 저출산 이슈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진로상담을 하다보면 미래학, 미래산업에 대해 관심을 꾸준히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미래 물줄기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인구학 조영태 교수가 쓴 <정해진 미래>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뇌과학자이자 임상심리가인 허지원 교수가 쓴 <시그니처>라는 책도 읽었고,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부사장의 글과 강의는 연초에 꼭 찾아보는 편입니다. 최근 진화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장대익 교수의 강연도 재미있게 본 적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이 한 곳에 모여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그 좌담을 방송으로 했다면 얼마나 재밌었을까~ 생각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먼저 저출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변화가 아닙니다. UN 인구 통계를 보면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거의 모든 나라의 출산율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저출산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 세계 공통의 큰 흐름 입니다. 그럼 호모사피엔스는 왜 출산을 줄이게 된걸까? 진화학과 동물학에서 인간을 바라보면 조금은 이해가 될 듯 합니다. <이기적유전자>를 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습니다. 후손을 갖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본성을 앞서는 게 있다면 바로 자기 자신의 생존문제 입니다.
노동집약적인 시대에 나의 생존력을 높이려면 자녀를 많이 낳는 것이 유리했지요. 그런데 인간은 태어나서 송아지처럼 바로 뛰어다니고 먹이를 스스로 찾아 먹지 못합니다. 온전히 부모에게 의존해야만 생존 가능하지요. 그래서 부모는 육아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특히나 육아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낳으면 알아서 큰다'고 생각하는 분은 아마 찾기 힘들겁니다. 지금은 웰 메이드하기위해 수많은 자원을 자식에게 쏟아붙습니다. 그러다보면 개체의 생존력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최근 자녀의 사교육비를 벌기위한 N잡러들이 늘고 있습니다. 퇴근 이후에도 플래폼 노동을 이어가지요. 지나친 피로도는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개체는 출산을 늦추거나 하지 않는 방향을 선택합니다.
과거에는 수입원과 교육수준이 높을 수록 자녀수가 적었습니다. 요즘은 수입원이 높을수록 자녀수가 많다고 합니다. 이를 소개하는 인상적인 기사가 있었습니다. 기사 타이틀은 '더이상의 흥부가족은 없다!'였습니다. 불연듯 영화 <하녀>에서 부잣집 주인 해라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나는 셋째, 넷째까지 낳을 거야. 아이들 키우는 게 힘들다고 하는데, 그건 평범한 서민들 얘기고.'
개체 수준에서 벌어지는 일이 모여 집단의 흐름이 만들어 진다고 생각합니다. 호모사이엔스가 재생산을 늦추거나 하지 않는 기류에 올라 탔다면, 나는 어떠한가? 내 생존에 어려움을 겪어 본능적으로 재생산을 멈추기로 한 것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일부 일리가 있습니다. 당장 자녀의 교육보다 제 노후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친구들과 만나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뭐해먹고 살지?’ 입니다. 자녀에게 투자해 제 노후를 준비하기엔 위험부담이 큽니다. 성공율이 낮으니까요. 제 부모세대인 베이비부머들이 그런 삶을 살았지만 지금의 에코세대에게 환급받을 게 없죠. 차라리 자녀에게 투자할 돈으로 재테크를 했다면 자녀에게 더 많은 것을 물려줄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의 밀레니얼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첫번째 세대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행복감이 크지만 그것만으로 자녀를 낳을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로또1등이 돼 노후 준비를 마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재생산을 고려할까요? 대답은 No! 입니다. 책에는 자원을 얻기위한 과열된 경쟁사회가 재생산을 낮춘다고 합니다. 더불어 실제보다 더 과잉으로 현실을 판단하는 점도 문제입니다. 인간이 만든 sns문화가 한 몫할테지요. 서은국 교수는 "위너가 아니어서 아이를 낳을 자신이 없다는 생각은 '위너'에 대한 집착이지 출산에 대한 염려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내가 로또 1등으로 위너가 돼도 출산과 육아에 대한 염려는 지속됩니다. 내 아이가 연이어 로또 1등이 될 확율이 극도로 낮기때문입니다. 유명한 운동선수들, 또는 유명한 연애인들은 스스로 위너가 되었습니다. 엄청난 노력과 운으로 위너가 되었지요. 그런데 자신의 자녀에게 똑같은 직업을 권하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 내 아이가 그 경쟁율에서 위너가 될 확율이 낮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으니까요.
과열된 경쟁. 이처럼 물리적 밀도와 심리적 밀도에 대한 이야기가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옵니다. 조영태 교수나는 예를 들어 "청년들이 성공에 대해 유사하거나 동일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사회에서는 청년들의 수가 물리적인 밀도를 그리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정도로 늘어나더라도 심리적인 밀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반대로 성공에 대한 가치관이 매우 다양한 사회에서는 청년들의 수가 증가해 물리적인 밀도가 상승한다고 해도 심리적인 밀도에까지 영향을 주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저출산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핵심은 이것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는 모든 면에서 다양성을 필요로합니다. 성공으로 보는 범위를 넓히고, 성공의 문이 다양해야 합니다.
두번째 핵심은 송길영 부사장의 말에서 찾았습니다. "저출산은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기보다 직면할 현실인 것이고, 현재 장년층인 지금 기성세대가 앞으로 닥칠 진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고민을 해야 한다는 거죠." 고령화사회는 전체 인구에서 고령의 인구수가 높아지는 것을 뜻합니다. 고령화의 문제는 단순히 출산율을 높여서 상쇄할 수 없습니다. 기존만큼 아이를 낳아주면 문제 없잖아?라는 시선에서 출발하면 길을 헤맬수 밖에 없습니다. 2006년부터 저출산 대응 정책을위해 130조원의 예산을 쓰고도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지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경제성장율이 갈수록 둔화되자 선거철만되면 '경제대통령'을 앞세워 더 성장 할 수 있다고 희망고문을 합니다. 저성장을 언급하며 이전 정부가 무능했다고 질타합니다. 하지만 '뉴노멀'이란 단어가 나왔습니다. 저성장은 개선해야할 문제점이 아니라 정상적인 현상이자 결과로 인정하는 겁니다. 저출산도 마찬가지 입니다. 인간의 수명이 80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기대수명이 100세를 훌쩍 넘겼죠. 그런 현상을 두고, 우리는 인간 수명을 줄이는 데 예산을 쓰지 않았습니다. 저출산은 호모사피엔스가 진화하며 선택한 자연적 현상입니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회적 문제를 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직까진 둘째를 낳을 계획이 없습니다. 이를 주변에서 문제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생존하기위해 개체수를 조절할 주 아는 현명한 동물이 인간입니다. 지구입장에선 패트병 라벨을 때고 버리고, 일회용 제품을 안쓰고, 시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운동보다 인간 하나를 덜 낳는 것이 지구 파괴를 막는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