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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외동은 없고 다자녀가 있다

O:nle 2023. 1. 4. 15:25

"어린이집에서도 외동인 애들은 티 나더라고. 같이 노는 방법을 모른다고나 할까? 너도 외동으로 키우잖아. 아들 친구들이 집에 와서 놀 때 어때보여? 아들이 스트레스 많이 받아?"


자녀 둘을 둔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위와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 아들은 내가 동생을 낳아주지 않아서 '외동'이라 결핍을 갖고 있을까? 친구가 말한 것처럼 기능적인 측면에서 사회성이 부족한 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친구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거나 화합, 협동하는 데 서툰 가? 하는 점들입니다. 그러던 중 mbc연예대상을 보다 전현무의 대상 수상소감을 듣게 됐습니다. '외아들로 자라면서 (공부하는 것 외에)많은 추억이 없었다'고 그런 자신에게 '가족애를 느끼게 해준 프로그램이 나혼자산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들은 형제가 없어 유년시절 추억이 적을까?

일단 저희 아들은 '외동'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태어났던 1980년대에는 외동이 있으나 2021년에는 외동은 없고 다자녀가 있을 뿐입니다. '외'라는 접사가 붙는 단어를 찾아보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예를 들어 외발자전거를 볼까요? 보통 '자전거'라고 하면 바퀴가 2개인것이 보편적입니다. 그런데 특별하게 바퀴가 하나만 있을 때 외-발자전거라고 하지요. 외기러기라는 단어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쌍의 기러기가 기본값인데 혼자 있는 기러기를 보고 외기러기라고 하지요.

1980년대 평균 가구원수 4.1~4.5명입니다. 가장 많은 구조는 부모와 미혼자녀로 이뤄진 4인가구였습니다. 1985년 4인가구는 전체 가구중 25.3%로 가장 많습니다. 따라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가족인데 자녀를 하나만 뒀다면 '외동'이 되는 겁니다. 부모 2명과 미혼자녀 2명으로 이뤄진 가족이 평균적으로 가장 많기 때문이지요. 이 시기에 마트에서 파는 음식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4인용을 한 단위로 묶어 판매했습니다. 대다수의 가족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면 4인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동'이라고 하면 이례적으로 혼자 자랐기에 '이기적일 것이다', '자기중심적일 것이다'와 같은 선입견이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2021년 평균 가구원수는 2.3명입니다. 가장 많은 가구구조는 1인가구(33.4%)입니다. 4인가구는 전체 가구 중 14.7%에 해당됩니다. 3인가구는 이보다 많은 19.4%이지요. 이제 1인가구가 기본값입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졌다면 아이가 한 명인게 보편적입니다. 아이가 둘일 때가 특별한 경우지요. 따라서 2021년 외동은 없고 자녀가 둘 이상일때 다자녀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요. 실제로 다자녀 할인 혜택이 과거에는 애 셋이 기준이었다면 요즘은 아이 둘만 낳아도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자녀 가족의 아이를 보며 '경쟁심이 강하다' '부모에게 온전히 돌봄을 받지 못했다‘와 같은 색안경을 쓰고 봐야 할까요? 아니지요. 사람은 누구나 결핍되는 부분과 충족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형제가 있어 어린시절 굳이 처음보는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새로운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한동안은 동생이랑만 놀았지요. 그런데 저희 아들은 새친구에게 먼저 인사하고 공통분모를 찾아 빠른 시일내에 친구를 만들어내더군요. 저는 온전히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양육을 맡아 하셨습니다. 엄마 그리고 동생과 함께 한 추억이 많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한 추억이 많지 않지요. 저희 아들은 제가 회사를 나가는 동안 할머니가 양육을 맡아주셨습니다. 동네 형, 동생과 함께 한 추억이나 조부모와 함께한 추억이 저보다 더 많습니다. 결코 형제가 없다고해서 유년시절 추억이 빈곤한게 아닙니다. 형제에 대한 추억 대신에 또 다른 추억을 채워갑니다.

내 아이가 형제가 없어서, 혹은 형제가 많아서 결핍되고 부족한 면이 있다고 부모나 주변 어른이 핀포인트로 짚어낼 필요가 있을까요? 어른의 시선때문에 우리 아이들 또한 바꿀 수 없는 상황을 자신의 결점으로 보게 됩니다. 주변의 친구를 선입견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득이 될게 없지요.

친지 어른들이 저희 아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한테 동생하나 낳아달라고 해~” 혹은 저에게 “혼자면 애가 외로워~ 더 나이들기 전에 하나 더 낳아~” 그럴때 저희 아들은 “괜찮아요. 저는 혼자여서 좋아요!”라고 말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오히려 좋아!’ 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형제가 많아 오히려 좋아” 혹은 “혼자여서 오히려 좋아”라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