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얼마전부터 한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얘기했습니다. 자신을 계속 소외시키고,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있으면 방해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럴때마다 "니 느낌이 그렇다면 그게 맞아"하고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믿게끔 지지했습니다. 그 친구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반복하지만 "엄마가 도와줄까?"라고 물었을 때, 아들은 "아직은 내가 감당할 수 있어. 속상하지만 내 마음을 다시 달랠 수 있어"라고 말하더군요. 기특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제 8살밖에 안된 아이인데, 내가 도와줘야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아들은 그렇게 불편하게 몇주를 보내다 한 번은 평소보다 늦게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왜 늦었냐고 물었더니 상담선생님을 만나서 친구일로 상담을 받아봤다고 합니다. 선생님한테 공감을 얻었지만 문제가 해결되진 않자 다음날 그 친구한테 용기내 자신이 느낀 점을 얘기했다고 합니다. 일부분 둘의 관계는 회복됐으나 아이가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얘기를 듣고 너무나 안쓰러웠습니다.
아이와 좀더 얘기를 나누기위해 해주고 싶은 말을 정리하고 다듬었습니다.
"아들~ 엄마 친구, 00이모 알지? 맨날 전화하고 엄마랑 노는 친구. 그리고 엄마 3달에 한 번정도 고향 갈때마나 만나서 노는 ㅁㅁ이모 알지? 그리고 1년에 1,2번 캠핑같이하는 xx이모도 있고. 다 엄마 친구들이야~ 다 엄마한테 소중한 친군데 한 친구는 매일친구, 고향친구, 캠핑친구야. 말고도 엄마는 아~~주 가끔 카톡으로 인사나누는 카톡친구도 있어. 친구의 종류는 여러가지인데 다 똑같이 매일 놀아야하거나, 다 똑같이 캠핑친구를 해야하는 건 아냐. 상황에 따라 만나서 놀기도 하고, 또 엄마 마음이 편한대로 친구랑 만나서 놀아."
"나도 매일 학교에서 노는 00친구랑 놀이터에서 만나게 되면 노는 xx친구. 학교가 달라졌지만 엄마아빠가 만날때마다 보는 ㅁㅁ친구 있지."
"맞아! 근데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오해할 일도 잘 안생기는 친구도 있고, 같이 노는 건 재밌는데 놀때마다 조금 불편하고 오해할 일이 자주 생기는 친구도 있어. 그러면 엄마는 같이 있을 때 맘이 편한 친구랑 주로 놀아. 그리고 불편한 친구와는 가끔 놀아. 그러면 그 친구와도 오해할 일도 줄어들고 즐겁게 놀 수 있다! 아들도 그랬음 좋겠어. △△은 너한텐 불편한 친구지만 또 다른 친구한텐 진짜 잘 맞는 친구일수도 있거든.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친구를 만들면 돼."
"맞아. 00이랑 놀때는 하고 싶은게 같아서 같이 노는 게 재밌어. 근데 △△이랑은 가끔 만나서 놀면 재밌는데 너무 가까워지면 맨날 싸워. 근데 같은 반이라 계속 놀 수 밖에 없어 엄마~ 그게 문제야."
"그건 어쩔 수 없는거 같애. 우리가 바꿀 수가 없어. 반에서도 모든 친구랑 똑같이 친할 필요는 없어. 되도록 자주 부딪히는 일 없게, 각자 함께 있으면 편안한 친구랑 주로 시간을 보내야지 뭐~ 2학년때 새로 만난 친구 중에 또 불편한 사람은 만날 수도 있어. 그래서 건우가 연습이 필요해. 나랑 잘 맞지 않는 친구와 적당히 잘 지내는 스킬을 높여보자. 근데 엄마가 봤을 때 지금 진~짜 잘하고 있어! 엄마하고 이렇게 매일 얘기하고, 힘든 점은 그 친구한테 솔직하게 물어보고. 그리고 선생님의 도움도 청해보고. 너무너무너무 잘하고 있어!!(엄지척)"
아들이 충분히 이해했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힘들어할때는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도 고민입니다. 앞으로 제 아들이 만날 친구들을 모두 통제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경계선을 넘어선다고 느끼면 분명 어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경계선을 어떻게 정해야하는 건지 정말 어렵습니다. 내 아이가 더 많이 다치고 힘들어지는 순간까지 기다리는 꼴은 아닌지, 어쩌면 내가 나서는 바람에 스스로 해결해나갈 기회를 박탈하는 건 아닌지. 여전히 고민입니다.
아이보다 30년이나 더 많은 인간관계를 맺어본 저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아들 덕분에 이번 일로 '나는 친구와의 관계를 조율할 때, 어떤 기준은 두고있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관계마다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기대하는 욕구가 일어나고, 그 욕구를 서로가 채워줄 수 있다면 관계는 유지됩니다. 흔히말하는 쌍방향 기브엔테이크 입니다. 기대역할이 완성되거나 불충족할때, 관계는 자연스럽게 소멸됩니다. 나의 욕망에 따라 타인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에 내가 어떤 욕망을 갖고 있는 지가 중요하지요. 어떤 관계는 봄처럼 시작되고, 어떤관계는 여름처럼 왕성하게 키워가고, 또 어떤 관계는 선선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풍족하고, 또는 겨울이 되어 성숙됩니다. 시작점은 언제나 나로부터 입니다. 계절은 나로인해 정해집니다. 아들도 앞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한 관계로 마주하게 되겠지요. 저에게 좋은 인연은 늘 힘이 되었고, 갈등을 빚어낸 인연은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공부하는 데 좋은 교재가 되었습니다. 아들에게 좋은 인연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고, 갈등을 빚어내는 인연도 그것대로 의미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