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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나랑 놀려면 나도 배려해줘야지!"

O:nle 2022. 6. 10. 13:36

"건우야~ 노올자!!" 

 

놀이터에서 건우를 찾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들은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다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얼른 저에게 뛰어와 말합니다. "엄마, 나 놀이터에서 놀다올게. 친구가 나랑 놀려고 우리집 앞 놀이터로 찾아왔어!" 아주 신이 난 상태로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고 후다닥 밖을 뛰어나갔지요.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뚱~한 표정으로 집을 들어왔습니다. 빨리 돌아온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물었지요. 그랬더니 "친구가 날 배려하지 않고 혼자 하고 싶은 놀이를 계속 했어. 규칙도 계속 자기한테 유리하게 바꾸고. 그래서 노는 게 재미있지가 않아서 와버렸어. 나랑 같이 놀려면 나도 배려해야지 칫!" 

 

아들의 말에 놀랐습니다. 평소 친구를 너~무 좋아해, 걱정이 될 정도였거든요. 건우는 친구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모든걸 맞춰주는 아이입니다. 유치원 다닐때 한 친구랑 노는 모습을 보았는데 늘 놀이를 주도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건우는 그 친구가 하자고 하는 놀이를 늘 따라서 해주었어요. 그리고 본인도 즐거워했지요. 어느 때는 자신이 더 좋아하는 놀이가 있어도 친구가 다른 놀이에 관심을 보이면 그 놀이를 멈추고 친구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더라고요. 그런 아들에게 건우 너도 하고 싶은 놀이가 있는데, 왜 늘 친구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는 지 물었습니다. 아들이 대답했어요. "나는 연우가 좋아하면 나도 좋아. 그래서 그렇게 해. 연우가 좋아하는 놀이를 같이 하는게, 싫은 정도는 아니어서..." 그렇게 대답하는 아들이 대견하게 느껴지면서 한 편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나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가 놀이터에 친구를 홀로 두고 집에 들어왔다는 게 여간 신기한게 아니었지요. 

 

"건우야 잘 했어. 그게 널 사랑하는 방법인거 같애. 엄마생각엔... 건우와 함께 놀고 싶은 친구라면, 건우를 배려해야했어. 건우 말이 옳아. 그리고 건우도 누군가와 놀려면 그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걸 찾고, 배려해야해. 그지? 우리 아들 대단하다~ 친한 친구라 그렇게 거절하고 집에 오기 어려웠을 텐데... 이 친구와 사이가 멀어질까봐 걱정도 됐을텐데, 정말 대단해~"

 

그랬습니다. 나를 존중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나를 그렇게 대하지 말라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게 옳지요. 그런 감정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문다면 상대방은 앞으로도 의도치 않게 나를 힘들게 할테니까요. 함께 사는 부부, 같이 일하는 동료, 오래된 친구, 그리고 나의 부모에게도 우린 표현해야합니다. 

 

저는 제 인생에 큰 영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나에게 무례한 행동은 멈춰주세요' 혹은 '나에게 정당한 대우를 바랍니다'라는 메세지를 그리 어렵지 않게 했습니다. 예를 들면 지나가다 나를 어깨로 치고 가는 사람이 있거나  식당에서 먼저 온 순서대로 음식이 나오지 않을 때. 또는 직장에서 인신공격을 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요구합니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들이며 자주 만나는 사람들. 그들에겐 그런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가깝고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기에 길가다 부딪힌 사람보다 더 크고 더 자주 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데 말이지요. 왜 그랬을까요? 그 관계가 어색하고 불편해질까봐, 그 관계가 깨짐으로서 내가 힘들까봐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을 묵인한 상태로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와 가까운 사람들, 자주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나에게 상처 줄 의도를 갖고 있지 않을 거에요. 내가 나를 그렇게 대하도록 놔뒀을 뿐... 이것을 깨닫고 나서 저는 조금씩 터놓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할 때, 나는 무시받는 기분이 들어" "당신이 그렇게 말할 때, 나의 의도와 다르게 내가 잘못하고 있단 생각이 들어"

 

이후 사람들에게 '그런 의도는 없었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앞으로 주의하겠다' '나는 그것이 당신을 위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등의 말을 듣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상처줬던 말들이 무엇인지 알게 됐지요. 그럼 저또한 제가 들었던 말을 똑같이 합니다. '당신에게 그럴 의도는 없었다. 나에게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다'라고요. 그렇게 나의 사람들과 조금더 가까워짐을 느낍니다. 그리고 여전히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요. 8살 아들에게 또 하나를 배웁니다. 8살 아들이 또 한번 엄마를 성장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