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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지금에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해"

O:nle 2022. 5. 25. 14:06

"엄마 시계 잃어버렸어~~~. 너무 속상해. 나랑 추억이 많았던 시계인데, 어떡해? 계속 그 생각만 나. 밥먹을 때도 수업시간에도... 똑같은 시계 다시 사줘"

 

"시계 잃어버린 걸 계속 생각하면 시계가 나타날까? 안나타나. 그런데 건우는 시계 잃어버린 걱정하는 동안, 오늘 급식에 건우가 좋아하는 마카롱 나왔던데, 그것도 못느꼈네. 그리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중요한거 알려주셨을 텐데 그것도 지나쳐버렸고. 잃어버린건 어쩔 수 없어. 건우가 가졌기때문에 잃어버릴 수 있어. 잃어버리가 싫으면 아무것도 안가지면 되는데, 건우는 장난감도 사고 싶고 갖고 싶은거 무지 많잖아. 그럼 잃어버렸을 때 힘든 마음을 책임져야돼. 그리고 시계때문에 지금 더 많은 걸 잃어버리지 않도록 '지금' 집중해야 남는 장사야." 

 

"걱정한다고 시계가 안나타나는 거 아는데, 그래도 생각나고 속상해 내가 계속 생각해줘야될거 같애. 시계가 불쌍해" 

 

"엄마도 그래. 그래서 우린 연습을 계속 해야돼 어쩔 수 없지뭐~ 그리고 잃어버릴 때마다 새로 시계를 산다고, 잃어버린 것과 같은 시계가 아니야. 이건 또 다른 시계지. 엄마는 당장 다른 시계를 사주진 않을 꺼야. 잃버린 시계를 건우가 잘 기억하는 방법은 남은 물건들을 잘 챙기는 거야! 또 잃어버리지 않게 잘 챙겨" 

 

아들이 초등학교를 가면서, 선생님 없이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생겼다. 아직 휴대폰을 사주지 않아, 아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지 바로 바로 확인할 길이 없었다. '적어도 5시까진 집에 들어와야해~'라는 나와 약속을 정하거나, '우리 2시 놀이터에서 만나자'라고  친구와 약속을 하려면 시계가 필요했다. 그래서 입학선물로 시계를 사줬다. 

 

학교간지 한달만에 잃어버렸다. 사실 조마조마했다. 시계를 가만히 팔에 차고 집에 돌아오는 날이 없었다. 그러더니 눈물을 펑펑흘리며 집에 들어와 시계가 없다고 슬퍼했다. 사실 저런 대화를 하기전에 가장 먼저 나온 말은 "너 그럴 주 알았다! 엄마가 시계 얌전히 팔에 차고 있으라고 했지! 잃어버린 건 어쩔 수 없지 뭐! 그만 울어"였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서도 의기소침해 있는 아들을 보고 '니 잘못이야!'라고 말하기엔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번 일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가졌기 때문에 잃을 수 있고, 가지는 순간 소유의 즐거움과 함께 잃을 때의 슬픔도 책임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과거에 억매여 현재를 버리지 말란 이야기를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사실 저 말을 하면서, 8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걸 안다. 어른이 된 나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고, 내가 더 나이를 먹는다고 자유로워질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우린 끊임없이 연습해야하나보다. 삶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로 매일같이 훈련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 일로 나는 슬퍼하는 아들을 보고, 불쑥 화를 내고 죄책감이 커질 말을 먼저 건냈던 걸 반성하게 됐다. 엄마한테 그 이야기를 했을 땐, 위로받고 싶은게 가장 컸을텐데. 아이에게 화를 낸다고 시계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진정되는 일도 아닌데... 이렇게 또 한번 반성하고, 아이를 키우며 나 또한 훈련한다.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