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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상담사의 육아일기

"틀린 문제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O:nle 2022. 5. 24. 16:54

"우쒸~ 반이나 틀렸어. 너무 짜증나 안하고 싶어."

 

"건우야 정답을 맞춘 문제에서 알 수 있는 건,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 밖에 없어. 근데 틀린 문제에서는 배울 게 진짜 많아. 건우가 이 수학문제를 다 맞줬다면 엄마는 나눌 말이 없는데, 건우가 틀려서 해줄 말이 많아졌어. 건우는 배울게 많아졌고. 얼마나 좋은 일이야." 

 

아들이 요즘 학교에서 수학시간에 더하기와 빼기 개념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지 궁금해 문제를 몇개 내 보았다. 절반을 틀렸다. 너무 웃겼다. 비가 쭉쭉 내리는 문항을 보고 아들은 심술이 났다. 그리고 안하겠다고 했다. 엄마가 수포자니 아들도 수포자가 될거라 짐작을 했으나... 1학년에 수포자가 되게 둘순 없었다. 

 

틀린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 지 물어보았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었다고 했다. 맞힌 문제는 또 어떻게 풀었는 지 물었더니 자기만의 방식이라 했다. 근데 어떤 건 맞고 어떤 건 틀렸으니, 그 방식이 늘 '정답'을 알려주진 않는 거 같다고 말하고, 엄마가 하는 방식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이것은 언제나 정답을 알려주는 방식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틀린 문제를 다시 풀었고, 모두 정답을 썼다. 

 

아마 초등학생이나 중학교까지는 건우가 배우는 지식에 대해 내가 설명하고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 장담할 수 없다. 못할 것이다. 지식을 알려주는 건 학교 교사나 또는 학원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든다. 하지만 틀렸을 때, 실수했을 때, 멈추지 않고 다시 시도해보는 태도는 고등학생이 되어도 엄마가 알려줄 수 있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들에게 가장 먼저 했던 건, 틀린게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인생에서 나도 늘 그랬지만 실수했을 때, 회사에서 누군가와 불협화음이 생겼을 때, 가장 많이 배우고, 나를 가장 많이 알아차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틀리고 실수하는 나를 수용하지 못하면, 모험을 시작할 수 없다. 늘 익숙하고 내가 잘하는 것만 하려고 하면 그 사람은 당장은 프로라도 결국엔 아마추어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늘 아마추어로 사는 것을 허락한다면, 그 사람은 오랫동안 프로로 살 수 있다. 좋아하는 멘토가 있다. "늘 햋빛이 비추는 따스한 날만 온다면, 그곳은 결국 사막이 될거야"라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인생에 비도 내리고, 눈도 오고, 어느 날엔 태풍도 쳐야 순환이 되고, 그것이 건강한 삶을 가져온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틀린 문제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하자, 아들은 말했다. "엄마 그럼 앞으로 일부러라도 많이 틀릴게" 굳이 일부러 틀릴 이유는 없다만, 진로를 찾을 때 길을 잃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포스팅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들이 어느 날 길을 잃게 됐을 때 길은 잃은 것 때문에 슬픔과 불안에 고여있지 않고, 길을 잃어버린 김에 그 곳에서 새로운 여행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그래서 틀린 시험지를 가져와도 나는 축하해줄 요량이다. 그런데 요즘 초등학생은 시험을 치지 않는다고 했다. 근데 진짜 0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오면 마냥 축하하긴 어렵겠지?? 엄마의 마음이란...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