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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니 맘을 솔직히 말해도 괜찮아" 본문
어린 아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우린 꽤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화하다보면 나의 어린시절이 듬성 듬성 소환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들이 물어오는 질문에 생각이 잠길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하게 된 나의 답변에, 나 스스로가 위안을 얻을 때가 있었습니다. 내가 어린시절 너무나 듣고 싶었던 말을 지금 내 아이에게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화나는 감정이 앞서 내가 어린시절 받았던 상처를 그대로 아들에게 물려주기도 합니다. 이런 소소한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려합니다. 육아일기를 아들이 8살이 되고 처음 써보는 듯 합니다. 이 글은 어쩌면 온전히 날 위해 쓰는 글일지 모릅니다. 어린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그 누구보다 건강하게 소통하고 싶은 나의 아들과 대화하는 연습을 시작하기 위함입니다.
우리아들은 올해 3월, 초등학생이 되었다. 학교를 다니며 아들은 부모와 상관없는 인간관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식을 습득할 뿐만 아니라 규칙을 지키는 법을 익히고 새로운 친구와 소통하는 법, 때론 방과후 수업에서 다른 학년의 누나, 형을 만나 함께 활동하는 법, 스스로 준비물을 챙기는 법 등. 그 안에서 정말 수만가지를 느끼고 배우고 있다. 아들에게 매일같이 다양한 자극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학자 존듀이가 쓴 책 <경험으로서의 예술>에서 "우리는 그야말로 항상 경험을 하고 있지만, 그 경험으로부터 반드시 무엇을 배우지는 않는다"고 했다. 교육의 결정적 요소는 반성이라고 보았고, 경험 자체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실제 진로상담을 통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청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저는 특별한 경험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 30년동안 그들이 특별한 경험을 한 게 없다기보다 하고 있는 경험에서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지 못한 것이다. 반성 즉, 자기성찰의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아들에게 더 많은 자극으로 그릇을 채워주려는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자신의 그릇에 담긴 것만으로도 지식과 정보, 자극이 흘러 넘치고 있다. 그래서 그 자극들을 성찰해보도록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른에게는 '멍때리는 시간'이 생기면 스스로 그 작업을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제 8살인 아들에게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는 그 무엇보다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학교를 다녀오면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 지, 방과후 시간에 무엇을 느꼈는 지 얘기 나누는 일을 매일같이 한다. 이것으로 아들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 지, 그리고 느끼는 감정을 자유로이 하는 일을 돕고자 한다.
"엄마, 오늘 친구가 포켓몬카드를 여러장 가져와서 가지고 싶으면 가지라고 말했어. 그런데 좋은 카드를 가져가면 그 친구가 속상해할 것 같아서 나는 제일 약한 카드를 골랐어. 그런데 00은 젤 좋은 카드를 골라서 가져갔어. 이런데 친구는 아무 말도 안하더라. 이럴 주 알았으면 내가 그 카드 고를 걸 그랬어."
"건우 대단하다~ 갖고 싶은 카드가 있었는데, 순간 친구의 마음까지 고려해서 카드를 고른거잖아. 엄청나다야~ 그런데 그럴땐 그 친구한테 한번 물어보지. '나 이 카드가 갖고 싶은데, 이거 가져가도 괜찮겠어?'하고 솔직히 물어봤으면 좋았을텐데... 다음엔 솔직하게 말해봐~ 건우 마음을 솔직히 말해도 다치지지 않아. 괜찮은 일이야."
나의 어린시절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다. 차를 탈때 난 아빠와 나란히 앞자석에 타고 싶었다. 버스를 탈 때는 가장 많이 덜컹거리는 뒷자석을 타는 게 재미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지못해, 나는 늘 자가용의 뒷자석에 앉아야 했고, 솔직히 말하는 남동생은 앞좌석에 탈 수 있었다. 이런적도 있다. 처음으로 내방이 생기고, 침대를 고르러 갔었다. 침대 헤드보드가 공주풍으로 되어진 핑크색 침대가 있었다. 그 나이엔 그 침대가 너무 맘에 들었다. 계속 눈이 갔지만, 엄마가 좋아할만한 것. 무난하게 오래 쓸 수 있는 특색없는 침대를 골랐다. 당시에 솔직히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어쩌면 내가 한번 쯤 원하는 것을 말했을 때, 나의 부모가 다 들어주진 못해도 일부는 들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저 침대가 맘에 들어"라고 말한다고 내 부모가 상처입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부모가 원치 않을 것이라 짐작되는 행동은 알아서 소거하는 아이었다. 무언가를 소비하고 싶은 마음이 때론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학교에서 치아검사를 할 때마다 부정교합이 나왔다. 교정을 하라고 권유받았지만, 큰 돈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모에게 해달라고 요청하지 못했다. 하지만 스무살이 넘어서 교정을 권유받은 남동생은 당당하게 부모에게 요구했다. 나는 내 감정에 솔직했을 때, 부모가 힘들고 불편할 것이란 생각이 늘 앞섰다. 그렇게 내 욕구를 억압한다고 주변사람들이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리고 내 욕구를 억압하면 나는 안괜찮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아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했을 때, 어쩌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 그때 질투났어" "엄마 그때 슬펐어"라고 감정을 얘기하면, 늘 칭찬을 먼저 한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은 용감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아이일때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수치가 10이라면 그 아이가 어른이되면 자연스럽게 5 정도에 머문다. 우리사회는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을 '아마추어'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또 타인의 이목을 중요시 하는 문화라 그 수치가 더 높아지긴 어렵다. 직장에서 하는 회의시간만 봐도 알 수 있다. 자기 소신대로 한마디 했다가, 불어닥칠 업무때문에, 혹은 나의 발언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생각때문에 침묵을 택할때가 많다. 하물며 어린 아이일때 자기 감정을 5정도 밖에 표현할 수 없다면, 그 아이는 어른이 됐을 때 자기표현을 하기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나는 여전히 내 감정에 솔직한 일이 어렵다. "지금 저한테 주시는 일이 버겁습니다." 라는 말을 못해 무리해서 일을 할때도 있고, 내가 세운 가치가 아닌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며 마음에 불편감을 끼고 살때도 있다. 아들에게 하는 말은 사실 나에게 해주고 픈 말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언제나 옳아. 그런 마음이 들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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