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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가 쓴 '미래직업 감상하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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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가 쓴 '미래직업 감상하기'

O:nle 2021. 2. 3. 17:37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미래직업 감상하기>입니다. '영화와 드라마로 체험하는 미래 사회의 일과 삶'이란 부제목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직업을 '감상'한다는 제목이 붙었나 봅니다. 인간은 상상할 수 있는 만큼, 현실로 만들어냅니다. SF영화 중 <백투더퓨처>는 1985년에 30년후인 2015년을 상상해 만든 영화입니다. 2021년 현재와 비교해본다면 어떨까요? 당시에는 말도안되는 상상력이었지만 대부분 현실로 구현되었습니다. 그렇다면 4차산업시대, AI로봇의 출현으로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가까운 미래에 볼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는 노동소외, 누군가는 노동해방을 말합니다. 인간은 또 그렇게 상상해낸 만큼 현실로 만들 것입니다. 그래서 미래직업을 상상해볼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흥미롭게 느껴졌지요. 

그런데 새로운 직업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작가였습니다. 동화작가이자, 안양시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했고, 재단에서 연구원직을 하고, 기업 와디즈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었습니다. 섹터를 넘나들며 근무했고 조직 또는 개인으로 일 해본 것이지요. 흔히 말하는 무경계 커리어를 갖고 있습니다. 경계 없이 다양한 조직에서 일했지만 일을 통해 전달한 메세지엔 공통 분모가 있었습니다. 바로 '문화' '산업'이란 키워드입니다. 작가가 왜 이 주제로 책을 썼는지 감이 잡혔습니다. 처음엔 동화작가가 쓴 미래직업 보고서란 생각으로 쉽게 쓰여지고 읽기 편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탄탄한 논리와 근거자료가 뒷받침돼 신뢰감이 생기고, 꼭꼭 씹어 봐야할 연구보고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는 자세를 고치고 한 장, 한 장 보게 됐지요.

 

그 중 가장 맘에 와닿는 것은 <인디에어> 영화의 해고 전문가였습니다. 이 영화는 SF영화는 아닙니다. 2010년에 개봉했고 지금같은 '언택트식 일하기'가 익숙해진 우리에게 와닿는 주제입니다. 주인공은 해고 전문가이자 동기부여가 라이언입니다. 라이언은 비행기를 타고 여러 곳을 다니며 직원들을 해고하고, 그들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강의와 상담을 합니다. 새로운 제너레이션으로 보이는 '나탈리'는 회사에 언텍트로 일하는 방식을 제안하며, 이것이 회사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화상으로 해고 소식을 전하는 것이죠. 

 

앞으로 우리나라 또한 기업의 고용 유연성이 확대될 겁니다. 이 유연성이 노동자를 해치지 않도록 준비할 필요도 있지요. 정부는 근로소득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보다 관대한 실여급여로 충격을 완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해야할 노력도 있지요. 그리고 시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사업모델을 만들고 전문 인재를 기를 수도 있습니다. 현재는 이 사업모델을 흡수할만한 곳이 헤드헌팅회사가 되지 않을 까 싶습니다. HR 교육기관일수도 있고요. 나는 이 어디쯤에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 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생각 중 영화 초반에 나탈리와 라이언의 대화가 떠오릅니다. 나탈리는 해고 기술을 워크플로우로 만듭니다. 동일한 질문, 그리고 질문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고 다음 질문을 만들지요. 결론은 같습니다. 해고를 받아드리고 짐을 챙겨 회사를 나가게 하는 겁니다. 이 플로우는 대상이 누구이건 상관없죠. 이를 본 라이언이 묻습니다. "우리의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해?" 나탈리는 "해고된 사람들이 직장을 찾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 회사가 안을 법적 책임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라이언은 그것은 일이고, 역할은 다르다고 합니다. "지옥을 견디게 해주는 거지, 상처받은 영혼들이 공포의 강을 무사히 건너 희미하나마 희망이 보이는 곳으로 가게 돕는 거야. 거기서부턴 배에서 내려 스스로 헤엄쳐 가야하지" 둘은 일을 바라보는 논조가 달랐습니다. 

 

결국 해고 전문가는 기업에 고용된 사람들로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합니다. 정부는 경제발전을 위한 시장논리와 노동자의 안전을 모두 생각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나는 기업의 생리를 이해하고 미래 산업지도를 꾸준히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번째는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생애별 고용, 창직, 창업 등의 지원 서비스에는 무엇이 있는지 파악한다. 세번째 개개인에 맞는 상담과 정보제공으로 보다 만족된 삶을 설계하고 실행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다양한 커뮤니티 속에서 스스로 대안을 찾아록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이 제 생각을 여기까지 끌고왔지요. 구체성도 없고 희미하지만 내 직업을 미래와 연결지어 볼 수 있었습니다. 

 

4차산업혁명 앞에 우리는 미래의 직업을 살펴보며 내가 앞으로 어떤 역할과 일을 해야할지 포지션을 찾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책에는 4차산업혁명이 만들어낼 6가지 사회(기술문명, 환경변이, 인간과 비인간간의 공존, 지배와 저항, 수명연장, 무한탐욕)의 모습에서 나타날 직업들을 피부에 와닿게 보여줍니다. 뜬구름 같은 얘기가 아니라 현재도 존재하고 앞으로 발전한 산업분야와 직업들입니다. 

 

결국 이 책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미래를 좌표로 그려볼 수 있는 책, 정해진 미래를 조금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상담이 있기전 사전 질문지에 '자신의 직업에 대한 미래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 작성하는 문항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잘 모르겠다'고 표현합니다. 시대가 급변하고, 현재 존재하는 직업 대부분이 사라진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내가 현재 잘 하고 싶은 일로부터 선을 그어 미래로 연결 짓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시작점을 이 책으로 해봐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