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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이 책의 임자는?)

자기다움을 발견하려면 광장으로 나가라

O:nle 2021. 1. 11. 15:47

 

 

인생이모작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의 인생설계 교육을 기획 운영하고, 2030세대가 보다 만족된 일과 삶을 디자인하도록 상담일을 하면서 미래사회에 대한 공부는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담'에 대한 공부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인구학, 미래학, 창업 인큐베이팅, 코칭 등. 다방면으로 책을 읽고 공부하던 중 우연히 내눈에 띈 보물같은 책! 이항심교수가 쓴 <시그니처> 입니다. (책에서보면 시그니처를 찾기위해 '우연'은 매우 의미깊다.)  

 

이 책은 해외에서 진로심리학을 연구한 전문가가 쓴 책입니다. 꽤 오랜시간동안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부분이 대중적이면서도 학술적으로 쓰여져 있지요. 목차를 보고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 설레었습니다. 작가가 인터뷰한 사람들 중 제가 만나본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공통된 심리 자원을 작가는 어떻게 뽑았을 지, 내가 본것과는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했습니다. 제가 교육이나 상담을 통해 만나온 분들 중,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족되게 사는 사람들과 유사한 심리적 자산이 보였습니다. 제가 만나보지 못한 유명인들과의 인터뷰 내용 또한 너무 궁금했습니다. 12명의 인터뷰 내용을 풀어서 보여줘도 참 좋겠단 생각이 들었지요.  

 

사실 FGI로 인터뷰를 하다보면 사회적 분위기, 제도적 안전망 등이 준비되지 않아도 개인이 가진 특성, 기질로 보다 만족된 삶을 만드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이들이 '부지런해서' '미래를 보는 촉이 좋아서' '긍정적인 사고를 해서' 라고 말할 수가 없죠. 그건 그 사람만의 시그니처이니까요. 하지만 결국엔 심리자산이 중요하단 생각을 저 또한 했습니다. 이책에선 지금과 같은 예측불가능한 미래에는 '심리적 자산'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합니다. 

 

책에서 자산의 유형을 설명하며 경제적 자산, 지적자산, 사회적자산, 마지막으로 심리적 자산까지 점차 확장됨을 알려줍니다. 제 생각엔 우리는 어떠한 결핍으로 1~3번째까지 자산을 채우고자 열망했습니다. 첫번째는 경제적 자산. 눈에 보이는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 등 물질적 자본을 채우고자 노력했지요. 그다음은 지적자산. 학벌, 자격증, 기술에 목매는 욕구로 'SKY캐슬'이란 드라마가 그냥 나온게 아니지요. 세번째는 사회적 자산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말합니다. SNS로 끊임없이 연결짓고 연결된 힘으로 인플루언스가 되려는 욕구입니다. '구독과 좋아요'를 외치는 시대입니다. 그동안 1,2,3의 자산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했습니다. 그 중 하나의 자산을 채우면 나머지 자산들도 꽤 수월하게 얻는 편이었지요. 그것이 지금껏 '성공'으로 향한 공식이며 법칙이었습니다. 

 

그러나 1~3번 자산을 채우고도 쉬 채워지지 않는 자산이 있습니다. 4번재 심리적 자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든든한 심리적 자산을 갖고 있음에도 몰라보기도 하고, 부족한 심리적 자산을 채우지 못해 나머지 자산에 더 집착하기도 하지요. 4차산업, 초고령사회, 뉴노멀경제, 코로나 등. 예측못할 파도는 과거에도 오늘에도, 미래에도 또 우리를 덮칠겁니다. 그럼에도 파도와 대적하지 않고, 파도위를 유연하게 타고 넘는 서퍼가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을 심리적 자산이 중심에 잡혀있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번 느꼈습니다. '내가 가진 소명이 이 일에 닿아있구나' 책 내용 중 소명을 가지는 것과 소명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쓰여진 글이 있었습니다. 라이언 더피라는 교수는 이 두가지가 차이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의 비유에 따르면 소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좋은 차를 주차장에 넣어두는 것이고 소명으로 살아가는 것은 좋은 차를 실제로 운전하며 이곳저곳 다니는 것이라고 합니다. 내가 가진 상위목표를 내 삶에 반영하려면 결국 타자속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차를 주차장에 짱 밖아 두는 것 밖에 되지 않지요. 

 

"나의 시그니처는 혼자 유유히 빛나지 않는다. 나의 고유성은 주변 사람들과 함꼐 있을 때 비로소 그 관계와 맥락 속에서 빛난다. 두 가지 이상의 색깔이 나란히 있을 때 더욱 돋보이는 보색대비 효과처럼 말이다. 우리는 시그니처 역시 주변 사람들과 사회적 맥락 속에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67p 

 

그러나 타자속에 뛰어들어 일하는 직장인을 만나보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듭니다. 통제를 원하는 조직의 습성상 시그니처를 가진 인재를 뽑아놓고 그 시그니처를 지우고, 조직의 색을 입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혁신적인 사문화를 가지고 있다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갖고 있던 시그니처는 조직속에서 잃어버리거나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가취관'(가벼운 취향 위주의 관계)의 사람들과 살롱문화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곳에선 자유롭게 내 취향을 표현해낼 수 있기때문입니다. 꽤 바람직한 생존방식이라 생각됩니다. 저 또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담사 없이 '집단상담'이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저는 커리어상담을 하고 있지만, 꼭 상담자가 있어야만 원하는 삶을 설계하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치 않습니다. '성숙한 공동체'는 이 힘을 갖고 있습니다. 모임을 통해 소셜스낵을 주고 받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지지받게 됩니다. 공감의 힘으로 이런 살롱문화는 번져갑니다. 저는 이 문화가 책에서 언급한 '커뮤니티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되어줄 거라 생각합니다.     

 

"적극적으로 타인과 배움을 나누고 커뮤니티 성장에 기여하는 사람들을 커뮤니티 리더라 정의한다. 커뮤니티 리더가 바로 미래형 글로벌 인재라고 말한다. 나의 시그니처를 발현하는 행위란 주변 사람들의 시그니처도 빛날 수 있도록 나눔과 공유를 통해 도움을 준다는 개념도 포함되어 있다. 내가 속한 산업의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은 공동체와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나의 시그니처가 확장되는 길로 연결된다." -258p

 

책에는 생태학 모델이 설명돼 있는데, '나'라는 개인은 다양한 층위의 시스템에 둘러싸여 있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 책 또한 시그니처를 찾을 때, '나'에서 출발해 미시체계, 중간체계, 거시체계에 속한 요소들이 나아가야할 바를 제시하는 듯 했습니다. 개인, 그리고 가정과 직장, 학교. 더 나아가 지역사회 공동체, 국가까지. 마지막엔 다시 우주 속에 속한 '나'로 돌아와 시그니처를 찾는데 미치는 영향을 알려줍니다. 

 

"시그니처는 '나'로부터 시작되지만 역설적으로 나를 뛰어넘어 공동체, 다른 생명체에 대한 존중과 공감을 통해 비로소 더욱 확장되고 완성될 수 있다.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은 우리에게 인간 겸손의 자세를 일러주고, 자연의 일부로서 내 존재 자체가 확장되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266p 

 

이 책은 독서모임에 함께 참여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시그니처를 찾기위해 고군분투 중인 러닝메이트에게 추천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