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태어난김에 행복하기를 선택한 여자 본문

책-임자(이 책의 임자는?)

태어난김에 행복하기를 선택한 여자

O:nle 2023. 9. 26. 10:31

오랜만에 '나를 위한' 그림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은 <꽃을 선물할게>입니다. 거미줄에 걸린 무당벌레와 그 옆을 지나가던 곰이 나누는 대화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거미에게 잡혀먹을지도 모를 무당벌레가 곰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요청합니다. 곰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라며 그냥 지나칩니다. 시간이지나 또 무당벌레가 있던 곳을 지나갑니다. 무당벌레는 다시 한번 도와달라 요청했습니다. 곰은 거미는 성가신 모기를 잡아주기에 좋은 동물이라 말합니다. 무당벌레는 곰에게 꽃을 좋아하냐고 묻습니다. 곰은 꽃을 사랑했습니다. 무당벌레는 봄이되면 예쁜 꽃이 피는데, 자신이 일조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곰은 무당벌레를 구해준 듯 합니다. 다음 해 봄이 찾아오고, 곰은 여자친구곰과 봄들녘의 꽃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저는 곰의 입장에서 '저'를 떠올렸습니다. 곰처럼 어떤 때는 나름의 철학으로 무장한채 방관자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순간은 '옳다'고 믿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두가지 모두 자연의 시나리오 속에 있었다고 봅니다. 움직일 수 있고, 마음을 가진 인간은 그 어떤 것을 선택해도 자연의 섭리안에서 존재하지요. 책에 나오는 곰은 무당벌레는 구출하고 꽃놀이 하는 모습으로 끝납니다만 우리 인생은 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름, 가을, 겨울이 이어지지요. 그래서 저는 그 해 여름도 상상해 보았지요. 여름에 곰은 모기에게 뜯겨서 간지럽고 성가시다고 불평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완벽한 선택, 모두에게 옳은 선택은 없다고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 이 순간을 집중하는 게 만족스럽겠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나중에 생각이 바뀔 지 모르죠. 나중엔 틀린 선택이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행동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합니다. 생명을 구하는 게 옳다고 느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지금은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봄에는 만개한 꽃을보고 감사하고, 여름이면 모기한테 피도 좀 나눠주고 불편해하면서 살면 되지요. 모기때문에 너무 힘들고 지치면 그 다음번엔 거미줄의 무당벌레를 보고도 쓱~ 지나가기도 할 것입니다. 거미에게 옳은 일이었다 믿기도 하고, 때론 죽은 무당벌레 생각에 무거운 마음을 갖기도 하겠지요. 그렇게 순간, 순간을 집중하며 살아갔으면 합니다. 우연히 나의 부모를 통해 지구에 태어났고, 태어난김에 대한민국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는데, 저에게 선택할 기회가 주어질때마다 '행복하기'를 선택해야겠습니다. 그렇게 '태어난김에 행복하기'가 남은 2023년의 방향이 되는 듯 합니다. 

 

또 하나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저는 어른이 읽는 동화책이 어떤 힘을 발휘하는 지 예상치 못했습니다. '동심을 되찾기위한 것인가?' 지레짐작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몇 줄 되지 않는 동화책을 읽고 꽤 멀리까지 생각이 발전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됐습니다. 사실 혼자 읽었다면 그러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1)여렇이 책을 함께 읽었고 2)소감을 물어보는 질문자가 있었기에 시너지효과가 생긴 듯 합니다. 질문자로인해 생각할 수 있는 공백이 만들어졌고, 질문으로인해 생각에 역동성이 생겼습니다.

 

평소 저 자신을 정의할 때 '질문자'라고 늘 생각합니다. 저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특히 진로와 관련된 상담을 할 때,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자가 됩니다. 내담자가 그 시기에 만나야할 다양한 질문을 하고 생각할 공백을 열어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다양한 직업심리검사 도구를 갖고 상담하지만 동화책도 꽤 괜찮은 도구가 될 수 있겠단 힌트를 얻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인상깊은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이 동화책이 될 주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