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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 디자인 연구소 [오늘]
훌륭한 질문이 내 삶을 바꾼다 본문
최근 챗GPT와 관련된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저는 챗GPT를 사용해 본 적 없지만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확연한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언어'로 대화하고 기록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제 인간이 만들어낸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컴퓨터와 대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대식 교수는 챗GPT를 활용해 질의응답한 내용을 책으로 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크게 느낀 교훈은 '질문의 기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현명하고 명료하게 답해줄 전문가가 필요했습니다. 전문가가 학습하고 경험한 것을 응축해낸 지적 노동력의 가치를 높게 쳤습니다. 흔히 말하는 변호사나 의사 '사'자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성공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제 대답해줄 다른 매체가 생겼습니다. 심지어 이 매체는 한 인간이 축척할 수 없는 방대하고 깊이있는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생성형 인공지능입니다. 앞으로 생성형 AI가 대중화된다면 더 가치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화자가 아닙니다. 답을 듣고 질문하는 청자가 중요합니다. 최근에 질문의 힘이 커진 이유입니다.
챗 gtp가 생기기 전에도 '질문'은 중요했습니다. 감정을 가진 인간은 질문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 있지요. 예를 들어 chat gpt에게 "숙소를 예약하고 싶은데 온라인에선 매진된걸로 확인됩니다. 제가 예약할 수 있는 방법이 혹시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나 "나 거기서 하루 숙박할건데 예약 어떻게해?"라고 질문하나 답변은 같습니다. 하지만 프런트에서 일하는 호텔리어에게 전화를 해 질문할 때는 이 두가지 질문에 다른 답이 나올지 모릅니다. 인간에겐 감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람과의 대화든 AI와 하는 대화든 '질문의 기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할 겁니다.
이처럼 질문이 포함된 대화는 크게 두 가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나는 말하기이고 다른 하나는 듣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좋은 대화를 위해 대부분 경청보다 말하기 연습에 열을 올립니다. 효과적인 말하기, 이기는 말하기, 설득하는 말하기 등 화술에 대한 다양한 학습을 합니다. 반면에 듣기 학습은 학창시절 듣기평가가 유일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경청에 대한 책을 검색해보면 주로 '주님의 말씀'과 관련된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가 경청해야할 분야는 종교뿐만은 아닐텐데 아쉽지요. 이런 생각 끝에 만나게 된 책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묻는 것은 듣는 사람이 하는 말하기입니다. 다시말해 질문하기는 적극적 듣기(Active listenning)와 관련있어 보입니다. 질문을 통해 관계를 개선할 수 있고, 어쩔때는 나의 의도를 더욱 세련되게 포장해 전달할 수 있는 듯 합니다. '질문하기'는 듣기와 말하기를 동시에 실행하는 대화법이란 생각이 듭니다. 타인 뿐만 아니라 나의 마음을 잘 듣고 자신에게 질문할 때도 유용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서 대화 계량기라는 모델이 소개됩니다. 요약하자면 이 계량기에는 네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계량기는 가장 낮은 단계인 프리텐스(pretense) 방식으로 '척하는 대화'라 불립니다. 수동적-방어적 심리가 작동할 때 많이 씁니다. 두 번째 신시어리티(sincerity)는 '나만 옳아' 방식으로 공격적-방어적 대화법입니다. 세 번째는 에큐러시(accuracy), 우리말로 하면 정확성입니다. '똑똑한 대화'라고 작가는 소개합니다. 네 번째는 가장 바람직한 대화 방식으로 진정성(authenticity) 방식의 대화입니다.
이 4가지 방식을 우리 모두가 대화하며 사용합니다. 1,2단계를 묶어 가짜 대화 3,4단계를 묶어 진짜대화라고 분류하는데 가짜대화가 나쁜대화는 아닙니다. 때에따라 1,2번 대화법이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적 대화를 나눌땐 가짜대화를 종종 사용했습니다. 공과 사는 명백히 구분해야된다는 생각으로 직장에서 만나는 관계에서 프리텐스나 신시어리티 방식을 택했습니다. 내가 허용하는 수준만큼만 나를 개방하고,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만큼 친분을 쌓는 대화방법이었습니다. 때로는 부모에게도 '나만 옳아' 방식의 대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부모가 해주는 조언을 듣고는 있지만, 그것은 참고사항일 뿐. 제가 원하는 방식, 제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선택하고 행동해왔습니다. 그리고 일을 추진할 때는 3단계인 에큐러시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야만 정확한 일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서두에 말한 ai를 이용해 명확한 정보를 얻으려면 '에큐러시 질문법'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진정성 대화는 주로 사상이 비슷한 친구들과 대화할 때 사용합니다. 인생의 주요가치가 비슷한 사람과 진정성 대화를 할 때, 즐거움이 커지는 법이니까요. (스티븐 코빈은 두 사람이 똑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면 한 사람은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만 친구와는 같은 의견을 갖고 얘기할때가 좋습니다.)
다만 '진짜 대화'의 비중을 늘렸다면 어땠을 까? 하는 만약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직장에서도 진정성대화방식의 비중을 늘렸다면 어땠을 까?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더라도 진정성 대화를 해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 까?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누구와 진정성대화를 늘려가길 원하는 가. 그러기위해 어떤 질문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이어집니다. 아마도 우리는 진짜대화를 나눌 가짜대화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과 진정성 대화를 나누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선택과 집중. 가장 사랑하고, 이해받고 싶은 사람과 진짜대화의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그러기위해 '겸손한 질문'이 필요합니다. 판단을 중지하고 짐작하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 내가 경험하고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태도로 질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겸손한 태도를 가지려면 자신의 취약성을 스스로 드러내야 합니다. 그럴때 질문에 아주 큰 힘이 실립니다. 어떤 책에서 읽었던 내용인데 매우 공감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강점은 자신을 타인에게 각인시키는 방법이고, 약점은 자신을 타인에게 사랑받게 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캐릭터들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실존인물이건 소설 속 허구인물이건 우리가 어떤 캐릭터를 사랑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있지요. 약점입니다. 백마탄 왕자님도 어린시절 상처가 없다면 우린 빠져들 수 없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약점은 입덕의 전제 조건입니다.
그런데 약점을 스스로 개방한 게 아니라 꽁꽁 숨기고 있는데 타인이 들춰내면, 겸손한 태도를 가질 수 없고 공격태세로 옮겨갑니다. 더이상 진짜대화를 할 수 없게 되지요. 취약성을 자신이 들어낸 사람이 질문을 하면 그 파워는 더더욱 커집니다. 이 힘을 제대로 알고 사용한다면 보다 의미있는 대화, 만족스런 대화를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책에선 진정성 대화를 위한 세 가지 질문을 소개합니다.
1.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2. 가장 걱정되는 게 무엇인가요?
3. 이것이 당신 혹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책의 끝단에 '반복하는 질문'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반복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하고있는 질문이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나 자신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면 반복된 질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묻게 됐습니다.
-나는 오늘, 무엇을 느끼고 깨달았는 가.
-나는 오늘, 자립하기위해 무엇을 했는 가.
-나는 오늘, 건강하기위해 무엇을 했는 가.
"세상의 모든 변화와 혁신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이제 우리는 웬만한 문제의 답은 인터넷에 있거나 인공지능이 해결해주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답변의 주인'보다는 '질문의 주인'이 세상의 주역으로 나서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점차 외로움을 느끼며 진정한 대화를 필요로 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고 또 누군가가 내 말을 집중해서 들어주는 경험이 점차 필요한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책 마지막에 쓰여진 에필로그의 글입니다. 질문의 주인이 되어야하는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내 인생의 변화, 혁신이 필요하다면 힘있는 질문으로 시작해보는 게 어떨 까 합니다.
*<그렇게 물어보면 워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책임자는?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변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 혹은 내가 속한 조직을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대화를 하고 있지만 헛헛함이 남아 '진짜 대화'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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