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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고민을 수집하다

O:nle 2020. 2. 19. 14:27

요즘 어떤 고민 하세요?”
일과 삶에 관한 진로 상담은 늘 이렇게 시작됩니다. 고민은 사람과 참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고민은 그 사람을 이해해볼 단서가 되기도 하지요. 
 
저 또한 아침에 눈면서부터 고민을 시작합니다. '1분만 더 자고 일어날까?' 하는 고민, 출근길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1분이라도 빨리 회사에 도착하고자 순간 순간 고민과 선택을 합니다. 직장에 도착해 시작할 업무 순서를 머릿속으로 나열하는 등 수많은 고민이 종일 머리 속에 흐른다. 그 중  쉽게 풀리지 않는 빅 퀘스천이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입니다.
 
 이 고민의 흔적은 10대 쓴 일기장에서, 20대 여행길에서, 30대 일을 하면서 끝없이 이어집니다. 이따금 길을 놓친 것 같을 때, 고민에 불안한 감정이 더해져 걱정에 이릅니다. 누군가는 "고민을 한다고 고민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말로 걱정과 고민을 접어두라 합니다. 그러나 제 삶을 돌이켜보면 건강한 고민(걱정을 제외한)은 언제나 힘이 되었습니다. 고민은 결국 결정과 실행의 프로세스 과정을 거칩니다. 치열한 고민이 행동을 이끌어냈고 지금까지 제 삶의 좌표를 찍어왔습니다. 저는 여전히 제 고민을 살피고, 상담과 교육, 연구를 하면서 타인의 고민도 궁금해합니다. 최근 직장을 그만둔 저의 직업은 ‘고민 수집가’입니다. 
 
직장인으로 첫발을 디딘 곳에서 은퇴한 과학자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이 우리나라 은퇴자의 삶에 대한 궁금증으로 번져갔습니다. 이후 민간 싱크탱크에서 일했습니다. 베이비부머의 인생 후반전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연구와 교육을 진행했죠. 그때 5060세대가 주로 하는 고민을 만나보았습니다. 또 3040세대가 먹고사니즘에서 벗어나 대안적 삶을 상상해보는 교육을 기획하고 커뮤니티를 지원하며 그들의 고민에 공감했습니다. 다음은 직업상담사로 고용노동부 사업에 참여하며 20대가 첫 사회진입을 위해 구직활동을 하며 겪는 고민을 살펴보았습니다. 이후 여성가족부 직업훈련생들을 통해 경력단절여성이나 1인가구 여성들의 고민을 접했습니다.
 
그렇게 20대부터 60대까지 일과 삶을 설계하고 실행하면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매일같이 새로 만났습니다. 그들로 인해 저는 이미 했었던 고민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할지 모를 내 고민을 미리 보기도 했습니다. 그 가운데 느낀 점은 청년 중년 장년 할 것 없이 고민이 매우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생긴 외모만큼이나 색색이 다른 사람들이 왜 비슷한 고민을 할까? 빠짐없이, 남과 비교해 뒤처질까봐 불안해하고 외로워할까? 획일화된 삶을 살다보니 타인과 비교하기 쉽습니다. 결국 그 가치가 정량화되지요. 아파트, 자동차, 학벌, 직장처럼요. 그렇게 사회가 만든 정량화 된 가치 속에서 나의 욕구가 아닌 타인의 욕구를 쫓게됩니다. 결국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남을 시기 질투하거나 스스로를 혐오하기까지 합니다.  
 
일과 삶 설계를 위한 상담의 결과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책임지는 경험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심리 전문가는 아니지요. 상담의 목적이 치유나 힐링이 아닙니다. 저는 자신과 닮은 삶을 설계하도록 그 시점에 만나면 좋을만한 질문을 합니다. 목적은 개인의 욕망을 제대로 알고 실현시키는 것. 사고의 오류를 짚어보고, 원하는 만큼 계획을 세우고 실행율을 높이도록 접근동기를 성장시키는 것.
 
이제 제가  만난 고민을 글로 써 나눠보려고 합니다. 경험상 내가 하는 고민을 동시대를 사는 누군가가 하고 있단 사실만으로 덜 외롭기도 하니까요. 또는 내가 그토록 바라는 지점에 있는 사람의 고민을 알게되면,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는 글쓰기를 참 어려워 하고, 무서워합니다.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이란 책이 있습니다. 제가 만난 고민을 나눠, 한명이라도 그 사람의 삶이 1밀리미터 전진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제가 할 수 있고, 제 일이라 여겨지는 만큼 시작해보려 합니다. 
 
if(만약에 우리가)
가끔 상상해 봅니다. 만약 우리 모두가 온전히 본인과 닮은 삶을 산다면?
우리는 가까운 지인, 또는 sns로 만난 먼 사람과 자신을 비교할 것 없이 만족된 삶을 살지 않을 까.
생긴 것 만큼 다른 사람들이, 각자 다양한 삶을 살다보면 색색이 다양한 고민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관계가 결여된 성공의 기준도 조금은 균형을 잡아가지 않을 까. 기대해 봅니다
 
5살 아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젤리와 초콜릿을 많이 갖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유치원 선생님이나 슈퍼마켓 주인이 젤리와 초콜릿을 가장 많이 가졌다고 생각하죠. 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세상이 인정해주지 않는 일을 좋아하거나 원하게 됐을 때, 부모에게 죄책감을 갖거나 그 일을 하는 자신을 작게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할 나이'라며 획일화된 사회의 기준에 목매지 않았으면 합니다. 본인과 닮은 삶을 자신만의 속도로  사는 것을 성공으로 여기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그럴려면 저 또한 보여지기 위한 일과 삶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나와 닮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앞으로 보다 건강하고 다양한 고민이 넘쳐나길 바라며 다시 고민을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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